■ 축구장 5개 크기 LG CNS 부산 데이터센터 르포
LG CNS 부산데이터센터의 종합관제실(위). 서울과 인천의 다른 데이터센터 현황까지 한 곳에서 관리할 수 있다. 이 데이터센터는 지진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면진 설비인 고무 기둥(아래)이 떠받치고 있다. LG CNS 제공
고무 기둥은 혹시 모를 지진의 피해를 막기 위한 것이다. LG CNS는 15일 국내 최초로 면진(免震) 설비를 갖춘 부산데이터센터를 언론에 공개했다. 지진이 났을 때 건물이 좌우로 움직이며 무너지지 않게 만든 걸 내진(耐震) 설계라고 한다면, 면진 설계는 건물을 고무 기둥 위에 띄워놓아 지진 발생시 땅만 움직이고 건물은 거의 움직이지 않게 한다. 서커스의 피에로가 긴 장대를 머리 위에 세웠을 때 피에로는 좌우로 분주하게 움직이지만 장대는 꼿꼿이 서 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 아시아의 데이터센터 허브
LG CNS의 부산데이터센터도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만들었다. 한국 최초로 면진 설계를 도입한 것도 다른 나라의 데이터센터보다 매력적인 요소를 갖추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다른 업체들은 ‘지진 발생이 적은 한국에서는 굳이 면진 설계까지 필요없다’고 생각했지만 이 회사는 최소한의 확률에도 대비한다는 자세를 가졌다.
그 계기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이었다. 지진으로 해저케이블이 끊어지고, 전력난으로 일본에서의 데이터센터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데이터센터를 다른 나라로 옮길 것을 검토하게 됐다. 대부분 대만과 홍콩, 싱가포르 등을 후보지로 생각했지만 LG CNS는 부산이 유력한 대안이라고 홍보했다. “한국은 일본, 대만보다 지진이 훨씬 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면진 설비까지 갖췄다”고 강조했다.
LG CNS 아웃소싱사업부문의 손준배 상무는 “한국은 낮은 기온과 안정된 지반, 값싼 전기료 등 데이터센터 설치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북한의 존재 때문에 안전하지 못한 곳으로 저평가돼 왔다”며 “그러나 LG CNS 부산데이터센터의 안전성이 부각되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입주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 세계적인 첨단시설
여름 이외의 계절에는 지나치게 건조해 정전기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한국의 기후 조건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물에 적신 특수 종이필터를 도입했다. 여름에도 빛이 들지 않아 동굴처럼 낮은 온도를 유지하는 지하의 면진 설비 공간도 냉방에 활용된다.
LG CNS는 이렇게 한국형 기후조건에 대응하는 기술로 국내외 특허도 출원했다. 같은 규모의 다른 데이터센터에 비해 약 5840개 가정의 1년 사용량에 가까운 전기를 아낄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한편 데이터센터가 필요한 기업의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컨테이너 형태의 간이 데이터센터 설계도 도입했다. LG CNS 측은 “수요가 갑자기 늘면 건물을 짓는 대신 빈 자리에 컨테이너만 쌓아 데이터센터를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