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호 공 맞고 한달간 팔 못들어… 성민-선동에겐 홈런 꿈도 못꿔”
넥센 제공
악명 높은 박찬호의 나쁜 제구에 희생자가 나왔다. 그의 강속구에 인하대 타자가 왼쪽 팔꿈치를 정통으로 맞은 것이다. 그 타자는 그 뒤 한 달 동안 왼쪽 팔을 들어올리지 못했다. 박찬호와 92학번 동기로 인하대 2학년이었던 송지만(40·넥센·사진)이었다.
메이저리그와 일본 오릭스를 거쳐 지난해 한화에서 뛰었던 박찬호는 지난해 말 마운드를 떠났다. 최근에는 SK에서 방출된 박재홍마저 은퇴를 선언했다. 한국 야구의 ‘황금세대’로 불리는 92학번 가운데 이제 살아남은 선수는 송지만뿐이다. 미국 애리조나에서 팀 훈련 중인 송지만은 29일 “고교 시절만 해도 나나 찬호는 명함도 못 내밀던 선수였다. 각 팀에 좋은 선수가 차고 넘쳤다”며 오랜 기억을 떠올렸다.
○ 모든 경기가 치열한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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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만은 “정식 경기는 물론이고 연습 경기에서도 에이스 투수들 간에 기 싸움이 대단했다. 서로 자존심을 걸고 지지 않으려고 죽어라 공을 던졌다. (조)성민이 같은 경우엔 방망이도 잘 쳤다. 자기가 던지고 안타 치고 홈런 치고 다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선동이나 성민이한테 안타를 친 적은 있지만 홈런 같은 건 아예 쳐 보질 못했다. 그만큼 좋은 공을 던졌다. 나 같은 타자들은 ‘저런 투수들의 공을 한번 쳐 보고 싶다’는 승부 근성이 생겼다. 그래서 다들 더욱 열심히 운동을 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 선의의 경쟁자이자 자극제
인하대를 졸업한 송지만은 1996년 한화에서 데뷔했다. 92학번 동기로 건국대를 졸업한 이영우도 같은 해 한화에 입단했다. 둘을 포함해 그해 대학을 졸업한 92학번 동기들이 대거 프로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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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동기들은 하나둘씩 은퇴하기 시작했다. 박재홍이 은퇴하면서 이제 그의 동기는 한 명도 남지 않았다. 송지만은 “재홍이가 은퇴 회견에서 눈물을 흘릴 때 너무 안타까웠다. 혼자 남은 요즘은 많이 외롭고 쓸쓸하다”고 했다.
○ 개인보단 팀을 위해
송지만도 지난해 은퇴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발목 골절을 당해 제대로 된 활약을 펼칠 기회가 없었다. 시즌 후 팀은 은퇴를 권했다. 하지만 그는 생각이 달랐다. 이렇게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지 않았다. 2억5000만 원에서 무려 1억7000만 원이 삭감된 8000만 원에 재계약을 하고 유니폼을 계속 입기로 했다.
그는 “처음 프로에 입단했을 땐 딱 5년만 버티자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오랫동안 오게 됐다. 이 나이에 개인 성적에 대한 욕심은 전혀 없다. 팀의 부족한 곳을 메우는 선수로, 후배들에게는 좋은 선배로 팀의 4강 진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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