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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맘 사로잡은 ‘블루미’… 무슨 카페냐고요?

입력 | 2013-01-28 03:00:00

■ 현대車 여성전용 정비서비스… 2주 만에 강남일대 입소문




차는 맡겨놓고 아이와 놀이방에서… 현대자동차가 여성 운전자를 위한 정비거점 ‘블루미’에서 차를 정비한 여성 운전자가 차를 몰고 나서고 있다(위 사진). 휴게공간 옆에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방이 마련돼 있어 주부 운전자들이 차가 정비되는 동안 아이들과 함께 쾌적하게 기다릴 수 있게 배려했다. 현대자동차 제공

22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도곡동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갤러리 1층 주차장으로 검은색 그랜저 한 대가 들어왔다. 운전석 문이 열리더니 무릎까지 내려오는 모피 코트를 입은 40대 여성이 내렸다. 이 여성은 주차장에서 기다리던 주차 도우미에게 차 열쇠를 건네고 건물 안에 마련된 휴게공간으로 들어갔다. 휴게공간은 안락한 가죽소파에 고급 에스프레소 머신까지 갖춰 특급호텔 라운지를 연상케 했다. 이곳은 호텔이 아니고 자동차 정비센터다.

○ ‘대치맘’을 위한 신개념 서비스

현대자동차는 10일부터 여성 운전자만을 위한 정비거점 ‘블루미’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 여성만을 위한 정비 서비스는 블루미가 처음이다. 여성 운전자가 모는 현대차라면 99가지 항목의 점검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엔진오일 보충이나 간단한 소모성 부품 교환은 이곳에서 무료로 해준다. 문제가 있다면 현대차 직원이 인근 정비 협력업체로 차를 가져가 수리한 뒤 고객이 원하는 장소로 가져다준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2주밖에 안 지났지만 도곡동을 비롯해 개포동, 대치동 등지에서 소문을 듣고 찾아온 여성 운전자가 적지 않다.

인근 정비 협력업체에서 차를 고치는 구조 덕분에 정비센터 하면 떠오르는 거친 기계음과 코를 찌르는 기름 냄새는 없었다.

고급스러운 라벤더 향과 은은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는 휴게공간에는 30, 40대 여성 서너 명이 태블릿PC로 무료 인터넷을 즐기며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박화숙 씨(38)는 “남편 없이 정비센터에 가면 ‘뻥튀기’ 수리비를 물어야 하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회사 직영인 데다 공간도 쾌적해 자주 이용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휴게공간 옆에는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놀이방도 있다.

현대차가 노른자위 땅에 여성 운전자만을 위한 정비거점을 만든 까닭은 이 지역의 잠재 고객인 30, 40대 주부를 겨냥한 것이다. 대치동 일대에는 자녀를 학원에 데려다주려고 차를 모는 여성 운전자가 많다.

조용진 현대차 남부서비스센터 블루미운영팀장은 “하루라도 차가 없으면 자녀들을 학원에 데려다주는 게 불편한 주부 운전자들을 위해 차를 정비하는 동안 무료로 렌터카를 빌려준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정비가 끝난 차량을 아이들 학원 앞으로 가져다주기도 한다.

○ “노른자위 상권 대치동을 잡아라”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로 꼽히는 대치동 일대는 자동차 업계에는 돈 되는 고객이 많은 알짜 상권이다. 현대차 대치지점은 그랜저, 제네시스, 에쿠스 등 대형차가 전체 판매량의 50%를 넘는다. 서울 강북 영업점에 비해 5배나 많다. 현대차 대치지점 관계자는 “구매자의 절반 이상이 현금으로 한꺼번에 차 값을 지불한다”고 말했다.

이곳에선 ‘권위와 부’를 상징하는 검은색이 가장 인기 있다. 한 수입차 브랜드 관계자는 “압구정동, 청담동에서는 진회색, 흰색 등이 인기 있지만 대치동, 도곡동, 개포동은 검은색에 대한 선호가 절대적”이라고 말했다.

대치동 일대는 국산차와 수입차 간 경쟁이 가장 치열하다. 자녀 교육에 대한 관심이 특히 높아 다른 부촌(富村)에 비해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동료집단으로부터 받는 사회적 압력)가 더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 대치지점 주위에는 아우디, 메르세데스벤츠, 지프 등 수입차 매장이 즐비하다. 현대차가 공짜 렌터카를 제공하고 정비도 해주는 블루미를 론칭한 것은 수입차로 기우는 대치맘들을 잡기 위한 전략이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