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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케이팝 조립 중]아바 - 아하 이후 주춤… 북유럽 음악의 컴백

입력 | 2013-01-11 03:00:00


소녀시대 ‘소원을 말해봐’, 보아의 ‘허리케인 비너스’를 만든 노르웨이 작곡가그룹 디사인 뮤직. 트론헤임=신나리 채널A 기자 journari@donga.com

1970, 80년대 전 세계 음반 차트를 주름잡았던 스웨덴의 아바와 노르웨이의 아하. 숱한 명반을 쏟아냈던 스칸디나비아의 음악 파워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진 걸까. 모던 록밴드 카디건스와 디사운드부터 한국 청년들이 열광하는 라세 린드, 잉에르 마리까지 이름은 생소해도 노래는 한 번쯤 들어봤음직한 아티스트들은 있지만 예전의 명성을 되찾기는 쉽지 않다.

안에만 갇혀 있기엔 북유럽 작곡가들은 ‘배가 고프다’. 인구 950만 명(스웨덴)과 500만 명(노르웨이)의 내수시장만으로는 답이 없다. 간간이 ‘스웨디시 아이돌’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만 한두 개 방영될 뿐 TV 속 고정 음악 프로는 거의 전멸한 상태다.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는 인구가 80%라는 스웨덴의 음악시장은 스톡홀름의 대형 음반매장에 들르면 단번에 파악할 수 있다. 국보급 밴드 아바 섹션이 따로 마련돼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이미 영미권 팝 아티스트들에게 잠식당한 지 오래다.

그러니 작곡가들은 자연스레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작업할 수밖에 없다.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만난 한 음악 관계자는 스칸디나비아 음악의 힘은 ‘멜팅 폿’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영어 공용화 덕에 언어 장벽이 없고, 아메리칸 팝, 브릿팝 등 각자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믹스해 내놓다 보니 세계적으로 먹힌다는 게 강점이다. 수출을 염두에 두고 작업하는 뮤지션이 늘고 있다.”

노르웨이 제3의 도시 트론헤임에서 활동하는 4인조 작곡가 그룹 디사인뮤직은 스스로를 ‘음악 공장’이라고 부른다. 곡 하나를 작업하는 데 드는 시간은 평균 4∼5시간. 지난 한 해 만든 곡만 130곡이 넘고 이 가운데 100곡을 녹음했다. 이들이 음악을 수출하기 시작한 지는 6년도 채 되지 않았다.

“국내엔 더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며 활로를 모색하다 만난 것이 아시아 음악시장이었다. 리더 로빈(42)은 “케이팝의 성장 가능성을 내다보며 도박하듯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를 내놓았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고 밝혔다. 멤버 앤(35·여)과 로니(38)는 “신곡을 요청받아 만들 때는 소녀시대 멤버들이 출연한 TV 예능 프로나 가요 프로를 꼼꼼히 챙겨본다”며 작곡 요령도 귀띔해줬다. 한국어라서 정확한 쇼 내용을 따라가긴 한계가 있지만 성격 목소리 몸짓 등 캐릭터를 분석하는 수고를 들인 만큼 좋은 곡이 나온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노르웨이 일간지 ‘닥사비센’의 잉아 셈밍센 기자(29·여)는 “케이팝을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자기 감정이나 행동에 죄의식을 느끼면서도 즐거움을 느끼는 것)로 인식했던 분위기가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계기로 달라졌다”고 말했다. “영어 버전의 노래를 만드는 등 언어 장벽을 해소하려는 노력과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시도가 계속된다면 케이팝과 북유럽 아티스트들의 협업은 앞으로도 무궁무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스톡홀름·트론헤임·오슬로=신나리 채널A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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