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관할 파출소 경찰관, 내부구조 파악하고 망 봐"2005년 강력팀 근무 당시 현금인출기 털이도 공모"
전남 여수 우체국 금고털이 사건에 현직 경찰관이 깊숙이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경찰관은 지난 2005년 강력팀 근무 당시 발생한 현금인출기털이 사건도 공모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경찰에 따르면, '금고털이범' 박모(44)씨와 '파트너' 김모(44) 경사의 인연은 박씨가 장례업을 하던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씨는 차량견인업, 분식점 운영 등을 하면서 동갑내기인 김 경사와 친분을 쌓아왔다. 김 경사는 최근 10년 가운데 5~6년을 강력팀 형사로 근무했다.
이들은 지난달 말 김 경사가 박씨의 분식점을 찾았을 때 범행을 계획, 실행에 착수했다. 딸이 국립대에 입학한 박 씨에게는 학자금이 필요했다. 맞벌이를 하는 김 경사는 공모 자체를 부인하고 있어 아직 동기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광고 로드중
박씨는 8일 오후 10시께 여수시 중앙동에 있는 분식점 문을 닫고 우체국으로 향했다. 택시를 타고 월하동까지 간 박씨는 야산 인근 아파트 진입로에 내려서 논밭을 지나 우체국까지 4㎞를 걸어갔다. 길거리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등에 찍히지 않기 위해서였다.
김 경사도 이날 오후 10시 3분 등산복 차림에 흰 모자와 장갑을 착용한 채 자전거를 끌고 집에서 나와 우체국 인근 공터에서 박씨와 만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계획을 최종 점검한 박씨는 밤 11시 22분 우체국이 입주한 건물 뒤편 창문을 열고 복도로 들어가려다 천장에 설치된 CCTV를 발견하고, 다시 창문으로 빠져나왔다. 박씨는 건물 왼쪽으로 돌아가 복도 출입문으로 들어간 뒤 우체국 후문 천장과 식당 출입문 상단에 설치된 CCTV에 스프레이로 흰색 래커칠을 하고 드라이버로 식당 창문을 열어 침입했다.
박씨는 우체국 금고와 맞닿아 있는 식당 벽면에 진열된 과자를 치우고 드릴, 산소용접기 등으로 패널과 금고 뒤 철판을 도려냈다. 금고 뒷면에 팔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가로 10㎝, 세로 12㎝)로 구멍을 뚫은 박씨는 안에 있던 현금 5213만 원을 훔쳐 달아났다.
광고 로드중
박씨가 범행하는 동안 김 경사는 망을 본 뒤 9일 오전 4시 47분집으로 가는 모습이 확인됐다. 훔친 돈은 두 사람이 절반씩 나눴으며 김 경사는 준비한 등산용 가방에 돈을 넣어 갔다고 박씨는 진술했다.
단독 범행을 주장하던 박씨는 김 경사의 모습이 담긴 CCTV 화면 등을 제시하자 공모 사실을 시인했다.
경찰은 25일 오후 9시 40분께 집에 있는 김 경사를 체포했으며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문제는 박씨가 "7년 전에도 김 경사와 함께 범행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는 것.
광고 로드중
김 경사는 당시 여수경찰서 강력팀에서 근무해 사건은폐나 수사방해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경찰 안팎에서는 지역에서 발생한 미제 절도사건을 전면적으로 되짚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동아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