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로 수익성 떨어진 금융권, 슈퍼리치 대상 ‘프라이빗뱅킹’ 강화
금리 하락으로 금융권 수익성이 급속도로 악화되자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들이 고액 자산가 대상 영업인 ‘프라이빗뱅킹(PB) 사업’을 앞다퉈 강화하고 나섰다.
○ 돈으로 못 사는 경험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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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슈퍼리치 자녀를 겨냥한 서비스가 강화되고 있다. 자식이 잘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을 이용한 것으로, 경제 전망 강연이나 콘서트에 초청하는 것보다 만족도가 높다.
한국씨티은행은 올해 처음으로 슈퍼리치의 대학생 자녀들을 대상으로 증권사 사장이나 은행 임원이 강사로 나서는 금융 전문가 양성과정을 개설했다. 예전에는 은행 인턴을 시켰지만 인턴 경험은 다른 곳에서도 쌓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 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평소 만나지 못하는 금융계 인사와의 만남을 주선하니 고객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다”고 귀띔했다.
하나은행 PB는 커플매니저 역할도 한다. 슈퍼리치의 자녀들을 대상으로 ‘하나 프라이빗 뱅크 멤버스’라는 회원제 모임을 만들어 운영하는데, 매년 10쌍의 부부가 탄생한다.
관련 조직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두드러진다. 삼성증권은 금융 자산 30억 원 이상의 고액 자산가를 전담하는 ‘SNI본부’를 이달 초 신설했다. 하나대투증권도 20억 원 이상의 고객 대상 영업을 강화하기로 하고 이들을 전담할 인력 50여 명을 최근 사내에서 공모한 뒤 영업점에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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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은 PB 대상 고객을 자산 규모 1억 원 안팎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부자의 기준을 낮춰 고객층을 두껍게 하는 이른바 ‘매스티지(mass와 prestige의 합성어·대중화된 럭셔리) PB’ 전략이다.
신한은행은 금융 자산 1억∼3억 원 규모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프리미어 창구’를 개설해 올해 초부터 운영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지만 PB고객이 되기에는 자산이 적은 계층에서도 전문적인 금융투자상담을 원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에 착안한 결과다. 김영웅 신한은행 자산관리솔루션팀장은 “신흥 부유층이 거물급 부자는 아니지만 젊기 때문에 앞으로 부자가 될 가능성이 다분히 있다”며 “이들을 선점하기 위해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씨티은행도 올해 3월 금융자산 2000만∼1억 원 규모의 고객군을 ‘신흥 부유층’으로 명명하고 이들에게는 은행 영업시간이 아닌 시간에도 금융 상담을 해준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9월부터 금융 자산 3000만∼1억 원의 신흥 부유층을 타깃으로 하는 ‘전 국민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금융권의 PB 서비스 강화 경쟁은 갈수록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은 금리 하락으로 예대마진이 줄어 순익이 급감했고, 보험사도 저금리로 역마진이 우려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증권사 역시 주식 거래가 줄면서 거래수수료 수입에 기반을 둔 천수답(天水沓)식 영업이 한계에 부닥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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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영·김현지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