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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불황은 남의 일’… 티켓매출 25% 급증

입력 | 2012-12-13 03:00:00

올해 2500억 규모… 선진국형 문화상품으로 정착




 

불황이 맞나 싶을 만큼 올해 뮤지컬 시장은 뜨거웠다.

 

티켓예매 사이트인 인터파크는 올해 인터파크를 통한 뮤지컬 티켓 판매 매출을 1625억 원 정도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 매출 1300억 원에서 약 25% 증가한 것이다. 인터파크가 전체 예매시장에서 78∼80%의 비중을 차지하고 통계에 잡히지 않는 기업의 대량구매 물량까지 감안하면 올해 뮤지컬의 전체 티켓 매출은 250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2000년대 초반 전체 매출 100억 원이었던 시장이 10년 만에 25배로 늘어난 셈이다.

4개월 남짓 공연에 96% 가까운 객석 점유율로 26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위키드’가 올해 뮤지컬 시장을 이끌었지만 흥행작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최근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공연을 시작한 ‘오페라의 유령’ 내한 공연이 내년 1월까지의 티켓을 전부 팔았다. 상반기 최고 히트작인 ‘엘리자벳’을 비롯해 ‘시카고’ ‘맨 오브 라만차’ ‘라카지’도 좋은 성적을 냈다.

올해 흥행작의 대다수가 뮤지컬 전용극장에서 장기공연한 작품이었다. 특히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1700석 규모의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은 지난해 개관작인 ‘조로’를 시작으로, 엘리자벳, 위키드, 오페라의 유령 등 올리는 작품마다 ‘대박’을 내 올해 뮤지컬 시장 확대에 ‘블루스퀘어 효과’가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의문은 남는다. 불경기인데 소비자들은 왜 비싼 뮤지컬을 보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었을까.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올해 뮤지컬 시장이 더 커진 것은 신규 관객의 유입이 많았기 때문이다. 뮤지컬 시장은 진입 장벽이 존재하지만 어느 정도 소득수준이 받쳐 춰 일단 그 장벽을 넘으면 꾸준히 성장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각종 통계자료를 보면 한국인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공연 장르가 뮤지컬이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뮤지컬을 한 번도 못 본 사람들이 대다수다. 그런 점에서 성장의 여지는 아직 크다”고 덧붙였다. 프로듀서 겸 뮤지컬 칼럼니스트인 조용신 씨는 “미국 영국 일본에서 뮤지컬은 영화처럼 경기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 대표적인 문화상품”이라며 “한국도 선진국형 문화시장이 구축된 결과가 아닐까 한다”고 분석했다.

뮤지컬과 함께 올해 무용 시장도 커졌다. 인터파크는 지난해에 비해 무용 공연의 티켓 매출이 130% 늘었다고 밝혔다. 국내 양대 발레단인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이 꾸준히 관객 몰이를 했고, 강수진이 출연한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까멜리아 레이디’와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같은 대형 내한공연이 고가의 티켓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성공하면서 전체 매출 신장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