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공단 설계심의위원… ‘공무원 신분’ 적용 제각각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한양석)는 지난해 2월 A업체로부터 1000만 원을 받은 지방 소재 사립대 교수 김모 씨(54)에게 최근 무죄를 선고했다.
▶본보 10일자 A12면… 뒷돈 받고 입찰 특혜준 교수가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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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들은 환경공단이 발주한 공사에서 설계평가를 잘 봐달라는 부탁과 함께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인천지검 특수부에 적발됐다. 두 교수의 비리 내용이 똑같지만 법원은 ‘공무원 신분’을 따지는 법리 해석을 제각각 다르게 했다. 건설기술관리법은 ‘설계자문위원회의 위원’이 비리를 저질렀을 때 공무원으로 간주해 뇌물수수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뇌물죄는 공무원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에 정부가 법 개정을 통해 교수들의 입찰 비리를 막으려 규정을 신설한 것이다. 그러나 이 조항을 두 재판부는 다르게 해석했다.
유죄를 선고한 재판부는 “설계자문위원회의 업무 중 가장 중요한 건 공단이 발주하는 대규모 공사에 입찰한 업체를 심사해 선정하는 일”이라며 “심사 업무가 심의위원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에 자문위원회의 위원으로 볼 수 있어 (뇌물죄로) 엄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는 “심의위원이 ‘자문위원회의 위원’에 포함된다는 근거가 없으므로 뇌물죄로는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한 변호사는 “혐의 내용이 아니라 기본적인 법규정 해석을 놓고 1심도 아닌 항소심 재판부가 다른 해석을 한다면 어떻게 국민이 법원을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같은 비리연루 혐의로 서울고법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사립대 교수 3명 중 2명은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성기문)가 28일 선고를 앞두고 있고, 다른 1명은 앞서 무죄를 선고한 형사1부에서 심리 중이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