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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공부]공교육은 살아있다, 창의·열정 과학교사 2인

입력 | 2012-12-11 03:00:00

신규진 서울 경성고 과학교사·이화현 인천 가정여중 과학교사
과학소설, 실험기구 활용… 학생들 눈 ‘초롱초롱’




《‘아이돌도 필요하지만 과학자가 더 많이 필요하다’. 국내 모 대기업의 상업광고에 나오는 이 말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점점 과학을 외면하는 추세에 대한 안타까움을 보여주고 있다. 학교에서 배우는 과학은 상당수 학생에게 지루하고 따분한 과목일 뿐이다. 이런 현실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학생들에게 과학의 즐거움을 알려주는 교사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한국과학창의재단 공동선정 ‘올해의 과학교사상’을 수상한 신규진 서울 경성고 과학교사(51)와 이화현 인천 가정여중 과학교사(50). ‘공교육 살리기’에 희망이 될 두 교사의 특별한 과학교육 스토리를 소개한다.》
○ 신규진 교사 “소설과 그림으로 과학수업 흥미 up”


 

“명식아! 네가 슈퍼맨처럼 날아서 하늘로 올라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기압이 떨어지면서 명식이의 몸은 풍선처럼 부풀기 시작하고 10km 상공에 이르면 꽁꽁 얼어버릴 걸. 성층권을 지나면서 몸은 자외선에 그을리고 중간권을 지나면서 감마선, X선에 신체 세포가 파괴되지. 지구 자기권을 나서면 태양풍이 온몸을 할퀴고 영하 270도 온도에 영혼마저 얼어붙을 즈음! 눈부신 오로라가 네 눈앞에 펼쳐질 거야.”

신 교사의 과학 수업에 학생들이 집중하는 비밀은 바로 스토리텔링. 학생들은 신 교사의 이야기를 듣고 장면을 상상하면서 복잡한 과학개념을 ‘이미지’로 받아들인다. 신 교사의 스토리텔링 수업은 그가 2011년 집필한 과학소설 ‘판도라 지구 미션11’을 통해 꽃을 피웠다. 지구 환경의 파괴를 염려하는 외계인들이 제시한 문제를 지구 청소년들이 해결하면서 천문학, 지질학, 대기학, 해양학 등의 과학지식은 물론 지구에 대한 애정도 함께 갖게 된다는 설정이다. 신 교사의 이 소설은 2012년 교과부 우수과학도서 인증을 받았다.

신 교사의 수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또 다른 요소는 그가 2011년 제작해 학생들에게 배포한 요약집 ‘고교 지구과학 촘촘한 요약설명’. 지구과학 내용 중 꼭 알아야 할 내용을 100개 이상의 시각자료와 함께 담았다. 신 교사는 일러스트레이션 등 컴퓨터디자인 프로그램을 이용해 21종의 공룡을 직접 그리는 한편 열곡, 해구 등 판구조 지형 그림은 도화지에 물감으로 그린 뒤 컴퓨터 이미지 파일로 편집하는 방식으로 학습자료를 만들었다.

신 교사는 “학생들의 학습 편의를 고려해 만든 교재들이 학생들에게 과학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도록 한 것 같아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 이화현 교사 “교과서 속 실험들, 기구 만들어 체험시켰죠”

 

“중3 ‘전류와 자기장’ 단원을 지도하는 데 교과서 속 그림만을 이용해서는 학생들이 10%도 이해하지 못하더라고요. 직접 대형 실험장치를 만들어 자기장에 따라 철가루가 늘어서고 나침반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니 학생들이 개념을 금방 이해했어요.”

‘체험만큼 좋은 수업은 없다’고 생각하는 이 교사는 학생들을 위해 수업용 실험도구를 직접 만들고 별도 과학체험 행사를 마련하느라 늘 분주하다. 관악기의 원리를 알아보는 ‘빨대피리’, 종이컵에 볼록렌즈를 붙여 별자리 그림을 확대해보는 ‘별자리 보기판’ 등은 학생과 동료 과학교사에게서 큰 인기를 끌었다.

학생들이 실생활 속에서 과학을 배우면서 과학에 대해 한 발 더 다가서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은 이 교사. 그가 2007년 9월 총괄 기획해 마련한 지역과학축제 ‘과학놀이 문화한마당’에는 3만여 명의 학생과 지역주민이 방문해 △팝콘 만들며 ‘샤를의 법칙’ 이해하기 △달고나 만들며 ‘탄산수소나트륨 열분해’ 알아보기 등 생활 속 과학을 체험했다.

그는 2007년부터 매년 방학마다 ‘FUNFUN 과학캠프’를 열고 과학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돼지 심장 해부, 맨발로 못 방석 올라가기 등 평소 경험할 수 없는 과학체험을 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교사는 “학교 과학수업에서 다뤄야 할 내용은 지나치게 많고 그에 필요한 실험·실습 기회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늘 아쉽다”면서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과학과 가까워지고 이공계 분야에 대한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강훈 기자 ygh8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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