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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저금리의 덫… 내년 경제 비상등

입력 | 2012-12-10 03:00:00

권혁세 금감원장 “1990년대 日과 비슷” 장기불황 우려
김석동 금융위장 “보험업계, 절벽으로 가는 기차” 경고
CEO 절반 “내년 긴축”… 투자 위축-성장률 추락 위험




금리를 낮춰도 성장률이 바닥을 기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한국 경제가 일본 장기 불황의 전철을 밟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경제의 ‘혈맥(血脈)’에 해당하는 금융권의 수익성과 건전성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는 경고가 고위 금융 당국자들 사이에서 잇따르고 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7일 “1990년대 일본의 저성장-저금리 상황이 우리나라와 유사하다. 일본과 공통으로 다가오는 부분을 대비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최근 저금리, 저성장, 고령화가 금융기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연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일본의 과거 사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1990년대 초 일본에서는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은행들의 부실 대출이 속출하고, 저금리에 따른 역(逆)마진으로 보험사들이 ‘줄도산’하는 등 금융산업 전반이 홍역을 치렀다. 이런 현상은 고령화에 따른 내수 침체 등과 맞물려 ‘잃어버린 20년’으로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금융감독자문위원회는 9일 저금리, 저성장 기조 속에서 18개 은행의 향후 경영환경을 예측한 결과 “경제성장률이 1%로 떨어지고, 금리가 1%포인트 하락하면 5년 뒤인 2017년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현재보다 83.5% 급락할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이 가정이 현실화되면 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은 현재 8조5000억 원에서 2017년 1조4000억 원으로 줄고, 2022년에는 5조2000억 원 순손실을 낼 것으로 금감원은 예상했다.

장기고정금리 상품의 비중이 높은 보험사들의 경우는 은행권보다 타격이 훨씬 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달 초 한 워크숍에서 “아직도 보험업계는 저성장-저금리 위험에 충분한 대비가 안 돼 있는 것 같다”라며 “절벽을 향해 달리는 기차 같다”라고 경고했다.

지금과 같은 저성장-저금리 현상은 지금까지 한국 경제에서 유례가 드문 일이다. 통상 금리가 낮아지면 기업들의 투자와 가계의 소비가 늘어나면서 성장률이 높아지게 된다. 하지만 지금은 투자심리와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이 같은 선순환 고리가 끊어졌다는 것이 경제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내년에는 투자가 올해보다 더 위축되고, 이에 따라 성장률도 계속 바닥을 길 개연성이 크다는 전망이 많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9일 국내 주요 기업 270여 곳을 대상으로 내년 경제전망을 조사한 결과 ‘긴축’을 경영 기조로 정한 곳이 51.2%로 전년보다 9.1%포인트 늘었다. 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8.6%가 “내년 경제성장률이 올해와 비슷하거나 더 떨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투자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정부도 올해 안에 경기가 바닥을 찍고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를 사실상 접었다. 정부는 대선 이후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현재의 4.0%에서 상당 폭 낮춰 발표할 계획이다.

김유영·김용석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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