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T 엘살바도르인 사연 소개본국에 양육기반 없으면 자녀들은 美보호시설 수용… 5000여명 부모와 헤어져
“아빠가 너희를 꼭 찾아갈게.”
미국 로스앤젤레스 불법체류자 수용시설에 오렌지색 옷을 입고 억류되어 있던 엘살바도르 출신의 루이스 로드리게스 씨(43). 그는 면회장 투명유리창 너머에서 자신을 보며 울고 있는 여섯 살과 다섯 살 난 딸을 향해 울부짖었다. 그가 지난해 5월 엘살바도르로 송환되기 직전의 일이다.
미국에 불법 체류하던 사람들이 적발돼 본국에 강제 송환될 때 자녀를 함께 데려갈 수 없어 또 다른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 미 언론이 전했다.
로드리게스 씨 부부가 모두 추방돼 두 딸은 불법체류자 자녀 보호시설에 보내졌다. 미국 법에 따르면 불법체류자로 송환되는 부모들은 본국에서 자녀를 안정적으로 양육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아이들을 데려갈 수 있다. 로드리게스 씨는 아이들을 데려오기 위해 미국 법원에 소송을 냈으나 집도 없고 고향은 갱단이 득실거리는 위험지역이라는 이유로 기각됐다.
미국 땅에 두 딸을 남겨둔 로드리게스 씨는 아이들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엘살바도르에서 과테말라와 멕시코의 약 3200km를 종단해 미국과의 국경까지 와 밀입국을 시도했다. 그는 멕시코 경찰에 두 차례 체포돼 본국에 송환됐으나 지난해 2월 9일 세 번째 시도 끝에 밀입국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미국 경비대에 체포됐다. 체포되고 한 달 뒤 그는 로스앤젤레스 밀입국자 수용시설에서 두 딸과 면회를 할 수 있었지만 유리창 너머로 보며 눈물만 흘려야 했다. 그는 미 당국에 망명 신청도 했지만 기각돼 지난해 5월 다시 본국으로 추방됐다. 더욱이 한 달 뒤에는 미국 법원에서 열린 결석 재판에서 자신의 양육권도 박탈당했다. 로드리게스 씨는 그 사실도 몰랐다. 얼마 뒤 두 딸은 어느 부유한 가정에 입양됐고 그 후 소식이 끊겼다.
그는 올 2월 다시 미국으로 밀입국하다 체포돼 몇 달간 수감생활 끝에 또 추방됐다. 그가 4년 가까이 네번의 밀입국을 시도하며 헤맨 거리는 2만5000km가 넘는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