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쌀 같은 섬세함과 독수리의 넓은 안목
내가 바라는 대통령의 첫째 조건은 ‘좁쌀 같은 섬세함’이다.
좁쌀 발상을 나는 어느 교육자 연수장에서 얻었다. 거기서 어느 원로 교사가 “선생님들은 좁쌀 같아야 합니다. 학생들의 고충과 부족을 좁쌀 같은 감수성으로 헤아리고 도와줄 수 있어야 합니다”라고 당부했다. 좁쌀 같은 섬세함은 무릇 지도자들에게 필수 덕목이다.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에게 ‘한 사람’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섬세함이 없다면 그는 실격이다. 사회적 약자들의 처절한 절망과 애환을 우선 배려하는 정책을 펼치고 민생을 챙기려면, 먼저 좁쌀 같은 감수성으로 그들과 함께 울고 웃을 줄 알아야 한다.
장마다 꼴뚜기처럼 등장하는 일본의 독도 영토 발언, 노골적으로 들이대는 중국의 동북공정, 미얀마 등지에서 벌어지는 총성 없는 자원 개발 전쟁 등 굵직한 국제 문제가 얼마나 즐비한가. 글로벌 경제의 침체 속에서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 또한 함께 휘청거리고 있지 않은가. 바둑으로 치면 대마의 영역이다. 대마를 잃으면 그 바둑은 어떻게 되겠는가. 이런 까닭에 차기 대통령은 이들 현안의 해법을 높고 긴 안목에서 용의주도하게 모색할 수 있는 독수리의 기상과 시야, 그리고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시대를 크게 읽는 구미의 석학들은 19세기 시대정신은 자유, 20세기의 그것은 평등, 그리고 21세기의 그것은 박애라고 말하는 데 대체로 일치하고 있다. 물론 대륙마다 편차가 있다. 대한민국은 근래 5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자유와 평등을 동시에 괄목할 만하게 구현하고, 바야흐로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여 박애를 펼치는 반열에 들어서고 있다. 박애는 한 사람과 인류를 동시에 지향하는 방향성을 지니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좁쌀의 섬세함과 독수리의 안목은 결국 박애라는 덕목 안에서 하나로 어우러진다. 모름지기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의 가슴은 한 사람을 따뜻이 품어 주는 사랑과 인류를 보듬는 너비를 함께 지녀야 한다.
―인천가톨릭대 교수·‘무지개 원리’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