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출범 특별연주회
지난달 30일 열린 KBS교향악단 특별연주회에서는 새롭게 출발하는 이 악단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KBS교향악단 제공
오랜만에 무대에 선 단원들은 긴장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리스트 교향시 4번 ‘오르페우스’와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로 꾸민 1부에서는 9개월의 공백을 감출 수 없었다. 음악칼럼니스트 류태형 씨는 “전반적으로 실수하지 않고 ‘안전운행’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합주의 밀도가 부족해 앙상블이 헐거웠다”고 평했다. 협연한 러시아 바이올리니스트 알리나 포고스트키나는 “음색 자체는 예쁘고 산뜻한데 브람스에는 잘 어울리지 않았다”(음악칼럼니스트 이영진)는 평을 받았다.
플레트뇨프의 장기로 꼽히는 2부의 차이콥스키 모음곡 3번에서야 KBS향은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KBS향의 특징인 두툼하면서도 볼륨 있는 사운드가 피어올랐다. 관객의 뜨거운 박수에 하차투리안 발레모음곡 ‘가야네’ 중 ‘레즈긴카’를 앙코르로 선사했다.
플레트뇨프는 26일 입국해 27∼29일 사흘간 오전 오후로 나눠 리허설을 진행했다. 연주회 당일 4시간 전 무대 리허설에서도 차이콥스키를 처음부터 끝까지 훑으면서 마디마디를 세심하게 매만졌다. 리허설 중간 휴식시간에도 단원 대부분은 자리에 앉아 연습에 몰두하는 모습이었다. KBS교향악단 관계자는 “이런 모습을 얼마 만에 보는 건지 모르겠다”며 놀라워했다. 이날 연주회에는 서울시립교향악단 악장이었던 데니스 김(핀란드 탐페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악장)이 객원 악장을 맡았다.
KBS향은 14일 곽승의 지휘로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연주하며, 23일 KBS홀에서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연다. 내년 상반기 정기연주회는 플레트뇨프와 함께 KBS향 상임지휘자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이란 태생의 알렉산데르 라바리, 네덜란드의 케이스 바컬스 등이 잇달아 객원 지휘를 할 예정이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