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위부터) 무비컬 ‘리걸리블론드’의 최우리(엘우즈 역·이하 가운데)와 ‘캐치 미 이프 유캔’에서 박광현(프랭크 역)이 앙상블 배우들과 함께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PMC프러덕션·엠뮤지컬컴퍼니
■ 무비컬 붐의 빛과 그림자
영화 흥행 편승에 홍보비용 절감 효과
뮤지컬 시장 트렌드 불구 성공작 적어
관람료 영화의 10배…관객 기대 높아
웅장한 무대효과 등 색다른 재미 필요
영화를 원작 또는 모태로 한 뮤지컬을 일명 ‘무비컬’이라 한다. ‘무비’와 ‘뮤지컬’의 합성어로 드라마가 원작인 뮤지컬은 ‘드라컬’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친숙한 스토리에 음악과 춤을 더해 뮤지컬로 만드는 ‘무비컬’은 이제 뮤지컬의 어엿한 주류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만 해도 매년 적게는 두세 편, 많게는 대여섯 편 이상의 무비컬(또는 드라컬)이 무대에 오른다.
이번 가을, 겨울 시즌에도 제목만 들으면 알수 있는 무비컬이 있다. 리즈 위더스푼 주연의 ‘금발이 너무해’(2001)를 뮤지컬로 만든 ‘리걸리 블론드’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아티움 현대아트홀에서 제시카, 정은지 등 걸그룹 스타를 앞세워 공연 중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10대 사기범으로 나온 영화 ‘캐치 미 이프 유캔’(2003)의 동명 뮤지컬도 12월 14일 성남시 야탑동 성남아트센터 공연을 앞두고 있다. 내년 1월에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1940년도 명작 ‘레베카’가 뮤지컬로 처음 우리나라 관객과 만난다. 원래 1938년 출간된 대프니 듀 모리에의 소설이 원작이지만 히치콕 감독의 영화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돼 무비컬로 볼 수 있다. 이외에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를 소재로 한 뮤지컬도 내년 7월쯤 공개될 예정이다.
무비컬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이미 세계 뮤지컬 시장의 트렌드다. 미국 브로드웨이만 해도 최근 ‘원스’, ‘스파이더맨’ 등 영화를 뮤지컬로 제작한 작품들이 등장해 흥행에 성공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라디오스타’, ‘드림걸즈’, ‘싱글즈’, ‘미녀는 괴로워’, ‘색즉시공’ 등 2000년대 중반 이후 무비컬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왜 이렇게 무비컬이 쏟아지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관객에게 익숙하다는 점. 영화를 통해 스토리를 알고 있고, 재미가 보장돼 있다. 무엇보다 큰 성공을 거둔 영화의 인기에 편승해 손쉽게 ‘묻어갈 수’ 있다는 기대를 할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제작자가 쥐고 있다. 뮤지컬 ‘두도시 이야기’를 제작한 비오엠코리아의 최용석 대표는 “무비컬은 투자유치가 창작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대중에게 많이 알려져 홍보와 마케팅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제작자에게는 대단히 매력적인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 티켓가격 걸맞는 만족감 주어야 성공
하지만 붐을 이루는 무비컬의 이면에는 그늘도 있다. 지혜원씨는 “무비컬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성공한 작품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많지 않다”며 “가장 큰 이유는 스크린과 무대에 대한 관객의 기대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영화 관객층과 뮤지컬 관객층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도 아니고 영화서 느낀 재미를 기대하고 왔다가 실망하는 경우도 있다.
최용석 대표는 “영화 티켓은 1만원 수준이지만 뮤지컬은 10만원대까지 올라간다. 그만한 만족감을 관객에게 주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솔직히 영화티켓 가격만큼의 만족감조차 주지 못하는 작품도 없지 않은 게 현실이다”라고 했다.
이런 부담에도 불구하고 무비컬 제작은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무비컬’을 좀 더 재미있게 관람하려면 어떤 점을 주목해야 할까.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트위터 @ranb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