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서 페이스북 글 증거 인정…피고인 석방
여자친구를 성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남자친구가 2심에서 판결을 뒤집었다. 여자친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허위 진술'을 의심케 하는 글을 올린 것이 이유가 됐다.
3월 20대 여성 A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를 꼭 풀어주세요. 저를 때리고 모함한 것이 너무 견딜 수 없고 속상해서 사실이 아닌 것을 말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은 성폭행 혐의로 고소해 재판에 넘겨진 남자친구 B씨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지 보름가량 지난 때였다. A씨는 같은 대학 학번 동기인 B씨와 100일쯤 사귀던 중 성폭행 사건에 휘말렸다.
공소사실의 직접 증거는 피해자 A씨의 진술이 유일했다. 범행이 좁은 차 안이나 방 안에서 단둘이 있는 상황에서만 벌어졌기 때문이다.
1심에서는 휴대전화 강탈 등을 제외한 대부분 혐의가 인정됐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해 상해를 가하고 감금, 강도, 강간까지 저질러 범행의 정황이 무거운 점, 피해자가 엄벌을 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올해 2월 B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A씨가 올린 페이스북 글로 인해 2심에서 뒤집혔다.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A씨는 페이스북 글을 쓴 데 대해 "악마가 그렇게 쓰라고 협박해서 들리는 대로 썼다. 글을 올리고 3~4주 병원에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5개월 남짓 꼼꼼한 서증조사와 증인신문 등을 통해 결국 1심을 파기했다.
18일 서울고법 형사11부(박삼봉 부장판사)는 B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를 가둔 채 폭행하고 흉기로 협박한 사실만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페이스북 글은) 자책감에 의한 양심의 발로에 의해 자신의 허위 진술을 자인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동아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