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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사회서비스]아이들을 바꾼 ‘2만원 복지’

입력 | 2012-11-14 03:00:00

아동대상 프로그램 인기




6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의 교육센터에서 학생들이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다. 학생들은 아동정서발달지원서비스 사업의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비용의 일부만 내면 된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초등학교 4학년 신모 군(10·경기 구리시)은 엄마 손에 이끌려 2010년 3월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가 운영하는 클라리넷 연주 과정에 등록했다. 매주 토요일 2시간씩 클라리넷과 미술을 배웠다. 어머니 이모 씨(42)는 월 2만 원만 부담했다. 정부에서 예산 지원을 받는 프로그램이기 때문.

신 군은 웬만한 동요를 연주할 수 있는 실력이 됐다. 연주곡이 늘 때마다 기쁨도 더해졌다. 이 씨는 “조용하던 아이가 매사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직장 때문에 토요일에는 아이 맡길 곳이 마땅하지 않았는데, 그 문제도 해결됐다. 신 군은 현재 어린이 오케스트라 단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는 교향곡 연주와 오페라 공연, 기획 공연을 하는 민간 교향악단이다. 2009년 5월부터 아동정서발달지원서비스 사업에 참여했다.

아동정서발달지원서비스는 평균 소득 이하 가구 만 8∼13세 어린이의 정서 활동을 돕는 보건복지부의 사회서비스 바우처 사업이다. 부모는 월 2만 원 정도를 부담하고 나머지 18만 원은 정부가 낸다. 이 오케스트라는 서울 서초구, 영등포구 등 교육센터 11곳에서 학생 500여 명을 가르치고 있다. 2010년 바우처 지원금으로 3억5000만 원을 받았다.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아동 관련 사회서비스는 △장애아동재활치료 △방과후돌봄서비스 △아동인지능력향상서비스 △아동정서발달지원서비스 등이 있다. 이 중 악기 연주와 미술치료를 통해 저소득층 아동의 자신감을 북돋워주는 아동정서발달지원서비스가 특히 각광을 받고 있다. 현재 전국 155개 기관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는 아동정서발달지원서비스 분야에서 성공적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이재환 단장은 “지난해부터 연평도 포격 도발로 피해를 겪은 연평초등학교 학생 50여 명에게도 바이올린, 플루트 등의 연주법을 가르쳐주는 음악치료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악기 연주 선생님은 오케스트라 단원 10여 명과 외부 강사로 이뤄진다. 해외 유학파 출신 단원도 강사로 활동한다. 바이올린 강사인 정승혜 씨(36·여)는 “아이들이 2년 정도 배우면 연주회에 설 수 있을 실력이 될 뿐 아니라 성격이 밝아지고 자신감을 갖는다”고 말했다.

미술치료 강사 이재옥 씨(41·여)는 석고 뜨기, 공동화 작업 등 미술치료 수업을 한다. 저소득층 아이들이 주눅 들지 않도록 자존감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 이 씨는 “유난히 소극적인 아이에겐 과제를 미리 줘 정해진 시간에 끝내고, 남은 시간에는 다른 아이를 돕도록 유도한다”고 말했다.

이 씨는 아이들이 변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의 학생 중에는 미술 영재로 뽑힌 사례도 있다. 이 씨는 “그 어린이는 학원에 다니지 않았지만 혼자 그림을 그리면서 꿈을 키웠다”고 전했다.

아이들이 긍정적으로 변한다는 입소문에 아동정서발달지원서비스는 학부모 사이에 큰 인기다. 직장인 차모 씨(39·여)는 2010년 8월 초등학교 5학년이던 큰딸을 클라리넷 과정에 넣었다. 차 씨는 “숫기가 없던 큰딸이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을 좋아하게 됐고 6학년 때는 반장에 당선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작은 딸도 지난달부터 언니를 따라 플루트를 배우기 시작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가난의 대물림을 막으려면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아이들의 예술 소양을 키워주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다. 교육과 문화 관련 사회서비스를 더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 장애아동재활치료 만족도 가장 높아 ▼

사회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의뢰해 사회서비스 6대 바우처 이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서비스 만족도’를 조사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가사간병방문서비스를 하는 도우미 친절도에 대해 85.9%가 ‘만족했다’고 응답했다. ‘불만족’은 1.4%에 그쳤다. 향후 이용 의사에 대해서도 92.5%가 ‘있다’고 답했다. 산모신생아도우미, 지역사회서비스투자사업, 장애인활동지원제도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80% 이상이 ‘만족한다’고 대답했다.

사회서비스에 대한 인식도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 지난해 장애인활동지원 등 5개 서비스 수혜자 5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사회서비스 바우처사업 만족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사회서비스 종합만족도(100점 만점)는 2007년 73.5점에서 꾸준히 올라 지난해 81.3점을 기록했다.

장애아동재활치료서비스 만족도가 82.8점으로 가장 높았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82.6점), 노인돌봄서비스(81.8점), 산모·신생아도우미서비스(80.6점), 가사간병서비스(80.2점)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서비스 시간 등은 개선해야 할 점으로 꼽혔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이용자의 43.7%는 서비스 제공 시간의 적정 수준에 대해서 ‘적정하지 않다’고 답했다. ‘적정하다’는 응답(37.4%)보다 많았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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