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불륜? FBI의 라이벌 때리기? 정치적 음모?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전 CIA 국장
퍼트레이어스는 9일 CIA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37년 동안의 결혼생활 끝에 외도를 저지르면서 극도의 판단력 부족을 드러냈다”며 “이런 행동은 남편으로선 물론이고 조직의 지도자로서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미국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의 제임스 클래퍼 국장에게서 관련 사실을 보고받았으며 같은 날 사표를 들고 온 퍼트레이어스를 질책한 뒤 하루 종일 고민한 끝에 9일 사표를 수리한다고 발표했다.
전기 작가 폴라 브로드웰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 연방수사국(FBI)은 브로드웰이 퍼트레이어스와 가까운 한 여성에게 “퍼트레이어스와 지나치게 가까이 지내지 말라”는 위협적인 e메일을 수차례 보낸 사실을 신고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 여성은 FBI에 브로드웰과 퍼트레이어스 간의 사적인 e메일을 공개했고 FBI는 CIA 국장의 e메일 관리가 허술해 국가안보에 위협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조사를 벌이다 불륜 관계를 파악했다.
퍼트레이어스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인 2007년 1월부터 다음 해 9월까지 이라크 주둔 사령관을 지내면서 불안정한 이라크 상황을 안정시키는 등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해 미국에선 ‘전쟁 영웅’으로 불린다. 지난해 8월 예비역 대장으로 예편한 그는 국방장관에 임명된 리언 패네타의 후임으로 CIA 국장이 됐다.
퍼트레이어스는 공화당 대선후보와 밋 롬니 공화당 후보의 러닝메이트로도 거론된 인물이어서 일각에선 이번 사퇴에 정치적인 배경이 있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언론은 퍼트레이어스가 15일 리비아 벵가지 미국영사관 피습사건 정보 부실 관리 청문회를 일주일 앞두고 사임한 것은 스캔들의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한 CIA의 사전 조치라고 분석했다.
후임으로는 토머스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브레넌 백악관 테러담당 선임보좌관, 마이클 모렐 CIA 부국장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차기 국방장관 후보로도 거론되는 잭 리드 상원의원(로드아일랜드)과 하원 정보위원회 간사를 지낸 제인 하먼 전 하원의원이 최초의 여성 CIA 국장에 임명될 가능성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 스승’으로 상원 외교위원장을 두 번이나 지냈으며 6월 공화당 예비경선에서 탈락해 올해 말로 의원 생활을 접는 지한파 리처드 루거 상원의원(인디애나)도 공화당 화합 차원에서 임명될 가능성이 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