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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한국식 경영’ 폐기하라고? 오히려 배워야 할걸

입력 | 2012-11-10 03:00:00

◇타이거 매니지먼트/마틴 햄메어트 지음·정경준 박용 임우선 옮김
256쪽·1만4800원·레인메이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식 재벌 조직에 비난이 쏟아졌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으며 경제위기 초래의 주범이라는 것이다. ‘투명성과 전문성의 결여, 무모한 사업 다각화’는 나쁜 기업 지배구조의 전형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 책은 이런 한국식 경영이 용도 폐기돼야 할 모델이 아니고 오히려 한국 기업에 국제 경쟁력을 가져온 원천으로서 고유한 힘을 지닌 ‘타이거 매니지먼트’라고 설명한다. 한국의 상징인 호랑이의 특성이기도 한 신속성과 역동성, 유연성, 공격성, 용맹성이 한국식 기업 경영 특유의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에서부터 휴맥스, 안랩, 엔씨소프트, SM엔터테인먼트까지 다양한 기업을 살피며 여기에 숨은 경영 원리를 짚는다. 유교의 삼강오륜과 의무 병역 경험에서 조직 문화의 근간을 캐는가 하면, 일제강점기 기업에서부터 ‘타이거 매니지먼트’의 뿌리를 찾는다. 저자는 2004년 한국 경영학 사상 최초의 외국인 전임교수(고려대 경영대)로 부임한 뒤 한국 기업의 경영전략과 기술 협력에 관한 국제 비교연구를 해왔다. 현재 유로아시아경영학회 부회장이다.

이 책은 미국, 영국, 싱가포르, 한국에서 동시 출간됐다. 한국 독자들에게는 우리 기업의 양태와 역사를 살피는 ‘뻔한 이야기’의 정리요약본이 될 수도 있다. ‘삼성이, SM이 왜 잘나가나’를 궁금해하는 해외 기업가들의 눈을 더 크게 만들 책이다. 저자도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구체적 목표를 감안해 움직이며 관리자 권한을 조정하면 한국 아닌 어떤 나라와 문화권의 기업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며 타이거 매니지먼트의 범세계적 활용을 권한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