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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선 기자의 영화와 영원히]세상을 바꾼 건… 순정의 철가방, 바로 너!

입력 | 2012-11-09 03:00:00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민병선 기자

‘1985년 테제’가 스크린을 지배하고 있다. 22일 개봉하는 ‘남영동 1985’는 당시 고문 문제를,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25일 개봉)은 대학생들의 미국문화원 점거 사건을 그리고 있다.

두 영화는 테제(正)와 안티테제(反)를 통해 변증법적으로 진테제(合)로 나아가던 당시 시대상을 그리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시대를 바라보는 시선은 확연히 다르다. ‘남영동…’이 ‘학비리’ 인텔리겐차의 시선이라면 ‘강철대오…’는 프롤레타리아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강철대오…’의 주인공은 전철협(전국철가방협회) 소속의 자장면 배달 노동자. ‘짭새’를 피할 이유도 없는 그가 쓰는 은어는 혁명적으로 간략하다. “수거삼철물 득칠천동사(철물점에서 그릇 세 개 수거하고, 동사무소에서 7000원 받아와).”

이런 사소한 재미 말고도 이 영화가 ‘비권’ 관객까지 감화시키는 이유는 바로 따뜻한 시선과 진정성 덕분이다. 이주노동자 문제를 코믹물로 그려냈던 전작 ‘방가? 방가!’와 마찬가지로 육상효 감독은 세상을 아래로부터 본다. 이 영화는 배달 노동자 대오(김인권)가 짝사랑하는 운동권 여대생 예린(유다인)을 위해 희생하는 ‘비택’ 순애보. 육 감독은 당시 시대를 앞서 투쟁했던 인텔리 대학생들 뒤에 묵묵히 세상을 떠받쳐온 풀뿌리 같은 사람들이 있었음을 해학적으로 풀어간다. 그래서 영화는 눈물나는 코미디다.

역사에서 보통 사람들의 삶에 초점을 맞췄던 프랑스 아날학파를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육 감독은 저잣거리의 철가방들이 민주주의를 위한 ‘에프비(FB)’였고 짱돌이었다고 ‘아지한다’. 2년 뒤 1987년 민주화운동의 주역이었던 모래알 같은 넥타이 부대처럼….

※어설프게 당시 이른바 ‘운동권 사투리(용어)’를 사용해 이야기했다. 그때 열심히 투쟁하셨던 분들은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길….

○ 간단한 해설

△테제, 안티테제, 진테제(변증법의 정반합) △학비리(학생을 비꼬는 말) △인텔리겐차(지식인) △프롤레타리아(노동자계급) △짭새(경찰) △비택(비밀과 전략·tactics의 합성어로 비밀전술) △비권(비운동권) △FB(fire bomb·화염병) △아지한다(아지테이트·agitate·주장하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