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에 ‘고용 빙하기’ 오나
그러나 최근 민간경제연구소를 중심으로 내년 취업자 증가폭이 30만 명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들이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저성장시대에 대비해 신규 채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적극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보고서는 취업자 증가세를 이끌던 건설업과 자영업의 부진이 심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업과 자영업은 고용유발효과가 다른 업종보다 높은 편이다. 현대경제연구원도 내년 취업자 증가폭이 30만 명대 초반에 머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몇 년간 고용증가폭이 컸던 것은 은퇴한 베이비부머(1955∼63년생)가 대거 창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라며 “저성장이 장기화되면 자영업자는 물론이고 제조업 취업자 수도 정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8만 명도 경기회복을 전제로 예측한 수치”라며 “회복 정도에 따라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 대기업도 너도나도 구조조정
신규 투자와 채용을 줄일 뿐 아니라 구조조정까지 단행하는 기업이 최근 빠르게 늘어나면서 이런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은 1973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신용등급이 BBB+로 하락한 포스코도 최근 계열사의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청년 고용은 전망이 더 어둡다. 통계청의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20대 취업자는 지난해 9월보다 5만6000명 줄며 5개월 연속 감소했다. 청년 일자리를 가장 많이 만드는 중소기업들도 대기업 투자 축소에 따른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내년에 채용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류재우 국민대 교수(경제학)는 “미국 중국의 경기가 다소 호전되고 있어 고용상황을 개선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대통령 선거에 따른 경제, 고용정책의 불확실성과 기업의 채용 의지를 떨어뜨리는 각종 규제를 하루빨리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