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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받은 장애아가 사랑을 선물하네요”

입력 | 2012-10-27 03:00:00

■ 앞못보는 한솔이 2년째 돌보는 최용철 씨 가족




최용철 씨가 위탁받아 2년째 키우고 있는 한솔이를 목말을 태우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이젠 친가족처럼 사랑하고 있어 그런지 얼굴도 닮아 보인다. 동방사회복지회 제공

아이는 배가 고파도 울지 않았다. 초점 없는 눈은 언제나 허공만 바라볼 뿐이었다.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아이. 더욱이 시각장애까지 있는 아이에게 의사표현은 의미없는 행동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던 아이가 며칠 후 울음을 터뜨렸다. ‘저를 돌봐주세요’라고 말하듯이.

최용철 씨(49) 가족이 한솔이(가명·2)를 위탁받은 것은 2010년 10월. 두 딸이 TV에서 위탁 가정에 대한 프로그램을 본 것이 계기가 됐다. 딸들은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을 돌보는 한 가족의 모습을 보고 부모에게 “우리도 불쌍한 아이들을 돌봐줬으면 좋겠다”고 졸랐다. 말은 대견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 부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둘째인 문정 양(14)은 전 과목 만점을 받으면 허락해 달라고 졸랐고 정말로 시험에서 만점을 받아왔다.

최 씨 가족은 입양기관인 동방사회복지회를 찾았고 이곳에서 한솔이를 만났다. 최 씨 부부는 “아이를 처음 안았을 때 어딘가 아픈 아이라는 느낌이 들었지만 다른 아이를 달라고 차마 말할 수 없었다”며 “어쩐지 선택받은 아이라는 생각도 들어 집으로 데려왔다”고 말했다.

딸들은 기뻐했지만 현실은 쉽지 않았다. 모빌이 눈앞에서 뱅글뱅글 돌아가도 아기는 다른 곳만 멍하니 봤다. 머리도 같은 또래의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컸고, 배가 고파도 울지 않았다.

진찰 결과 한솔이는 시신경 위축으로 앞을 전혀 못 본다는 판정을 받았다. 현재는 빛의 감각 정도만 느낄 수 있을 정도라는 것. 정확한 진단도 아이가 말을 할 수 있을 때가 돼야 할 수 있다고 한다. 최 씨는 위탁 아동을 위해 매월 50만 원씩 나오는 보조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차곡차곡 모으고 있다. 나중에 한솔이가 커서 독립할 때 주기 위해서다. 아이를 더 잘 돌보고 싶은 마음에 최 씨의 아내 송미선 씨(47)는 하던 사업도 접었다.

정이 들다보니 최 씨 가족은 아예 한솔이를 입양하려 했다. 하지만 입양을 하면 위탁 가정에 지원되는 보조금이 끊기고, 시설 아동을 시술해주고 치료비용을 지원하는 혜택도 사라진다. 가족은 차라리 시설에 보내고 뒤를 돌봐주는 것이 낫다고 결론을 냈다.

최 씨는 “한솔이가 아프다보니 더 많은 관심과 신경을 써야 했고, 그 과정에서 가족들끼리 대화와 사랑이 더 늘었다”며 “한솔이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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