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文후보 진영 친노 퇴진 배경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캠프의 친노(친노무현) 핵심 9명이 21일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일괄 퇴진했다.
‘3철’로 불려온 양정철 메시지팀장, 전해철 기획본부 부본부장, 이호철 후원회 운영위원을 비롯해 김용익 공감2본부 부본부장, 박남춘 특보단 부단장, 윤후덕 비서실 부실장, 정태호 전략기획실장, 소문상 정무행정팀장, 윤건영 일정기획팀장 등 9명은 이날 “정권교체의 노둣돌(말에 오르거나 내릴 때 발돋움하기 위해 놓는 큰 돌)이 되겠다”며 전격 사퇴했다. 모두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하며 문 후보와 친분을 쌓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퇴진의 변으로 ‘순명(順命·하늘의 명을 따른다)’이란 표현을 썼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2선 후퇴 압박에 내몰렸던 동교동계 좌장 권노갑 당시 새천년민주당 최고위원이 사퇴를 발표하면서 사용했던 말이어서 당내에선 ‘역사는 돌고 돈다’는 얘기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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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후보는 21일 기자들과 만나 “새로운 정치, 정치혁신을 이루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겠다는 충정”이라고 평가했지만 당내에선 ‘한쪽 팔을 잃는 아픔일 것’이란 말도 나왔다. 김경수 팀장은 트위터에 “친노가 멍에가 되는 세상, 가시방석이지만 이마저도 걸림돌이 된다면 언제라도 훌훌 털고 간다”며 착잡한 심경을 내비쳤다.
친노 핵심의 퇴진은 당내 인적쇄신론의 또 다른 축으로 지목돼온 이해찬 대표의 2선 후퇴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비주류 측 김영환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인적쇄신의 정점에는 이 대표가 있다”며 “이 대표가 퇴진하지 않는 한 친노 9인방의 퇴진 효과는 반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는 친노의 백의종군을 계기로 당내에 확산되고 있는 ‘문재인 위기론’을 돌파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그가 이날 새정치위원회의 인선을 발표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새정치위에는 김민영 공동선대위원장을 포함해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 김종철 연세대 교수, 참여정부의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을 지낸 성경륭 한림대 교수 등 16명의 전문가와 국회의원 등이 참여한다. 당내에선 최재성 이인영 이언주 장하나 의원이 합류했다. 위원장은 안철수 후보와의 정치혁신위 공동 구성에 대비해 공석으로 뒀다. 진성준 캠프 대변인은 “안 후보 측이 공동 구성 제안에 화답하면 공동으로 위원장을 모시고, 그분이 동시에 새정치위 위원장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 측이 안 후보와의 단일화 고리를 만들 접점으로 정치개혁을 상정하고 있다는 의미다. 안 후보가 정치개혁을 단일화 전제조건으로 공개 제시한 데다 문 후보 역시 정치개혁 의지를 강조해온 상황을 감안하면 정치개혁 이슈는 후보단일화 논의에 앞서 두 후보를 정책적으로 묶어낼 핵심 고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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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문 후보가 새정치위 및 반부패특위를 동시에 출범시킴으로써 정치개혁과 반부패를 새로운 정치의 두 축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