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국무총리(오른쪽)가 뒤늦게 향학열을 불태우는 할머니들을 15일 서울 종로구 삼 청동 총리공관으로 초청해 격려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대한민국이 선진국 진입을 바라보게 된 데는 여러분의 희생이 있었습니다. 여러분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존경해야 할 진짜 영웅입니다. 조금 늦었지만 용기를 내서 공부하게 된 것은 찬사와 격려를 받아 마땅합니다.”(김황식 국무총리)
평균 연령 70세 안팎의 만학도들이 1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 모였다.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이 시작한 초등학력인정 문자해득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늦깎이 학생들. 배우지 못한 한(恨)을 평생 지녔던 이들의 사연이 동아일보 보도로 알려지자 김 총리가 격려하기 위해 초청했다.
한일선 할머니(81)는 “종갓집 맏딸로 태어났다. 당시에 나환자(한센인)가 깊은 산속에 숨어 있다 등굣길의 아이를 잡아간다는 소문이 있어 학교에 못 다녔다”며 “친구의 권유로 다닌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늦깎이 학생들은 하나같이 밝은 표정이었다. 자녀들이 숙제를 물어봐도 답하지 못했던 부끄러움. 군대에 있는 아들에게 편지 한 장 못 보낸 설움. 지하철 노선도를 읽지 못해 혼자 타지 못했던 불편. 이제는 훌훌 털어버렸다. 한별례 할머니(70)는 김 총리를 만나 악수한 손을 집에 가서도 씻지 않겠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본보 9월 11일자 A13면.
김 총리는 “뒤늦게 공부를 하려는 사람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해 달라”고 김응권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과 이대영 서울시교육감 권한대행에게 당부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