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화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명예교수
2009년 10월 고려대에서 열린 ‘덩굴식물의 재앙’이라는 세미나에서 필자가 강조한 내용이다. 그 뒤 3년간 전국의 생태계를 다시 조사하니 덩굴식물의 분포는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추석에 고향을 오가며 혹은 주말 나들이 길에 길가와 강가의 식물을 관찰했다면 나무와 풀들이 덩굴성 식물로 덮여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지면이나 초본식물뿐 아니라 나무들까지 칭칭 감아 올라 덮고 있는 모습이 아주 흉물스럽다. 이렇게 덮고 있는 식물은 대부분 칡, 환삼덩굴, 등덩굴, 담쟁이덩굴, 그리고 가시박이다.
가시박을 특별히 관리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로 생육이 왕성하고 신속하다. 둘째, 종자생산량이 많고 전파 방법이 다양하다. 셋째, 제거 방법이 단순하지 않다. 넷째, 생물다양성을 감소시킨다. 다섯째, 가시박 가시에 찔리면 상처가 나는 등 사람에게 해롭다.
당장 한탄강, 북한강, 남한강, 금강, 낙동강 등의 강변과 하천 변에 기하급수적으로 분포가 확산되는 덩굴식물을 관찰해 보자. 서울에는 광진구 워커힐 언덕과 서초구 우면동 보금자리주택에서 경기 과천시 경마공원 입구까지의 산비탈이 가시박으로 뒤덮여 있다. 마포구 하늘공원의 경사면에도 햇빛이 드는 곳은 가시박, 환삼덩굴, 칡, 나팔꽃류, 단풍잎돼지풀이 자라고 있다. 그늘이 지는 곳에는 서양등골나물이 자라나 생물다양성이 단순화되고 있다. 서리가 오면 늦가을부터 봄까지 덩굴식물이 있던 자리는 쓰레기로 뒤덮이고, 침출수로 토양이 오염돼 도랑과 개천에는 썩은 물이 흐르게 될 것이다.
가시박과 환삼덩굴, 칡과 같은 생태계 교란 식물은 여름을 전후해 항구적으로 식생 관리를 하고, 각종 폐수와 쓰레기로 썩어 가는 주변 환경과 도랑 및 개천을 청결하게 유지하기 위해 겨울을 전후해선 각 강의 수계별 국토 청결 전담 부서를 설치해야 한다.
환경부는 ‘야생동식물보호법 시행규칙’에 돼지풀, 서양등골나물 등 11종의 귀화식물을 생태계 교란 야생식물로 지정했다. 하지만 우리의 식물 생태계를 교란하는 것은 외래 식물뿐 아니다.
강병화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