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고 송주은이 12일 두산-롯데의 준PO 4차전에서 시구하고 있다. 송주은은 포스트시즌서 1차 지명 신인 선수가 시구하면 패했던 롯데의 징크스를 깼다. 사직|박화용 기자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seven7sola
“2013년 신인드래프트 롯데 1라운드에 지명된 송주은 선수입니다!”
제 이름이 불렸습니다. 입이 바짝바짝 마르고, 가슴이 쿵쾅거립니다. 아직 정식으로 롯데 유니폼(내년 2월 부산고 졸업 후 입단)을 입은 것도 아닌데, 덜컥 가을무대(준PO 4차전 시구)를 밟았습니다. 마운드로 걸어가는 내내 ‘여기가 어딘가’ 싶었습니다. 고막이 찢어들 듯한 함성소리에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그래도 명색이 롯데 1차 지명 투수인데….’ 마음을 가다듬었습니다. 숨 한번 크게 쉬고 와인드업. 공을 힘차게 뿌렸습니다. 마음과 다르게 공은 스트라이크존을 한참 벗어납니다. ‘아! 더 잘 던질 수 있었는데….’ 아쉬움이 밀려왔습니다. 롯데는 포스트시즌 홈경기에 1차 지명 신인선수에게 시구를 맡기는 풍습이 있습니다. 준PO 4차전 바로 전날, 저의 생애 첫 가을잔치가 결정됐고, 눈 깜짝할 사이 끝이 났습니다.
10여 년이 흘러 꿈에 그리던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됐습니다. 비록 시구였지만 ‘가을 마운드’도 밟았습니다. 물론 저는 지금부터입니다. 내년 목표는 ‘무조건 1군에 들기’와 ‘팀에 꼭 필요한 투수가 되기’입니다. 그래도 드래프트가 끝난 직후 “최동원 선배님의 뒤를 잇는 전설의 투수가 되겠다”고 주위에 당당하게 얘기하고 다녔습니다. 징조는 좋습니다. ‘포스트시즌에 1차 지명 신인선수가 시구하면 팀이 진다’는 오랜 징크스를 깬 행운의 주인공이 됐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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