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사 전방위적 공세
하지만 당 대선후보가 된 후 캠프에 모여드는 인사들의 면면이나 문 후보의 발언과 행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편 가르기 정치’를 닮아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거사를 고리로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에 대한 전방위적인 공세에 나선 것은 참여정부 시절 노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 문 후보는 박 후보를 겨냥해 5일 선대위 산하 민주캠프 내에 ‘진실과 화해 위원회’를 설치하며 유인태 의원을 위원장에 임명했다. 유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정무수석비서관을 지냈다. 문 후보는 2일에는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을 찾아 “정권교체 이후 참여정부 때 마치지 못했던 과거사 정리 작업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과거사 청산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고 정부 산하에 ‘친일 반(反)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등을 설치해 수십 년 전 일을 들추어내면서 당시 한나라당과 박근혜 대표를 거세게 몰아세웠다.
○ 대북정책은 노무현 정부 계승
문 후보 캠프에서 노 전 대통령의 색깔이 짙게 묻어나는 분야는 정책 부문이다. 4일 문 후보가 참여정부의 10·4남북정상선언 5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제시한 남북 평화정책의 로드맵이 대표적이다. ‘남북경제연합’과 ‘한반도 평화구상’을 두 축으로 하는 남북 평화정책에 대한 문 후보의 애착은 남다르다. 새누리당은 이를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실패한 퍼주기 대북정책의 재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언론과의 전쟁’이라고 할 만큼 임기 내내 언론과 싸웠던 노 전 대통령은 ‘친정부 언론’과 ‘비판 언론’으로 편을 가르고 언론의 공무원 접촉을 봉쇄하며 소송 등을 통해 기자들을 끊임없이 압박했다. 임기 말에는 정부부처 기자실을 폐쇄하며 언론에 대못을 박았다. 아직까지 문 후보가 언론에 적대적인 시각을 드러낸 경우는 없다. 5일 YTN 해직사태 4주년 행사에 참석해 “정권에 의해 언론이 장악되는 것을 막겠다”며 “방송통신위원회 등을 개혁해 언론의 공영성을 지켜내겠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언급만 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 역시 종합편성채널, 그중에서도 동아 조선 중앙일보 계열의 종편에는 출연하지 않고 있다.
○ 캠프의 실질적인 핵심은 친노
노 전 대통령은 친노 중심의 폐쇄적인 인사 스타일로 인해 ‘코드인사’란 비판을 많이 받았다. 문 후보는 친노에 대한 당내의 적지 않은 거부감을 의식해 경선 캠프를 구성할 때부터 노영민 우윤근 이목희 이상민 의원 등 비노 성향의 인사를 공동선거대책본부장으로 전면에 내세웠다. 후보 취임 일성으로는 계파를 아우르는 ‘용광로 선대위’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선대위 구성에서 위원장급은 비노와 외부 인사를 기용해 어느 정도 탈계파의 모양새를 취했다.
하지만 캠프에서 실권을 쥐고 핵심 역할을 하는 실무진에는 친노 인사들을 대거 포진시켰다. 비서실과 민주캠프 내 기획단위는 부본부장 이하 실무라인이 대부분 친노 인사들이다. ‘3철’로 불리는 인사 중에서 이호철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빠졌지만, 양정철 전 홍보기획비서관과 전해철 전 민정수석비서관이 각각 선대위 비서실 메시지팀장과 기획부본부장을 맡았다. 당 일각에선 “얼굴 마담만 비노이고 실권은 친노가 다 갖고 있다”란 불만이 적지 않다.
당 관계자는 “국민이 바라는 것은 ‘노무현 정부 2기’가 아닌 ‘문재인 정부 1기’”라며 “비욘드 노무현을 해야 문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