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논쟁 확산
권재진 법무부 장관이 9일 동아일보 인터뷰를 통해 “성범죄의 친고죄 조항 폐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성범죄 친고죄 폐지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다. 특히 친고죄 폐지를 주장해온 여성단체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친고죄’란 범죄 피해자가 고소해야만 수사를 통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범죄다. 현행법은 13세 미만 여자 어린이와 장애인에 대한 성범죄는 고소 없이도 수사가 가능하지만 성인 여성은 반드시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다.
○ “성범죄 척결은 친고죄 폐지로 시작”
김일수 형사정책연구원장도 “친고죄 규정으로 성범죄가 처벌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사회 전체에 ‘잠재적 성범죄 위험성’이 높아진 만큼 친고죄 폐지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다”고 말했다. 성범죄 형량을 높이는 쪽으로 사법 체계가 변하고 있지만 친고죄 탓에 처벌 자체를 피해가는 범죄자가 많은 만큼 친고죄를 없애야 성범죄를 뿌리 뽑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국내 성폭행 신고율은 10% 안팎이다.
○ “폐지에 따른 부작용도 고려해야”
법무부는 친고죄 폐지를 검토하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사건 자체를 떠올리기 싫어 하는 피해자를 억지로 수사나 재판에 나오게 하면 ‘2차 피해’를 보게 되는데 이를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가 가장 큰 과제다. 그나마 수사기관에서는 비밀이 유지되지만 재판 과정에서는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피고인 측 변호인으로부터 ‘정숙하지 못한 여자’라며 무차별 공격을 받는 문제도 해법을 찾아야 한다.
합의금 문제도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는 가해자가 합의를 보기 위해 적극적으로 피해 배상에 나설 수밖에 없지만 친고죄가 폐지되면 합의의 의미가 약해지기 때문에 피해자에게 손해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