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 오페라 ‘라보엠’ ★★★
오페라 ‘라보엠’ 2막. 카페가 자리 잡은 파리의 번잡한 거리가 연세대 노천극장 무대에 펼쳐졌다. ADL 제공
게오르규는 현존 최고의 푸치니 스페셜리스트다. 그의 미미는 3, 4막에서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죽음을 목전에 둔 여인의 섬세한 감정 선을 손에 잡힐 듯 그려낸 가창과 연기는 명불허전이었다. 그리골로는 ‘작은 파바로티’라는 별명을 증명하듯 섬세하고도 탁월한 미성을 자랑했다. 개인적으로는 유럽에서 급부상 중인 콜리네 역 베이스 비탈리 코발료프의 안정적인 가창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정명훈의 지휘는 가수에 대한 배려가 다소 아쉬웠고,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연주는 무난했으나 오케스트라가 더 자기주장을 해도 좋을 푸치니의 작품치고는 소극적이지 않았나 싶었다.
프로덕션 자체는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원래 프랑스 오랑주 페스티벌의 오페라 연출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으나 금년 오랑주 페스티벌 공연 사진과 비교해도 빈약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애당초 기대하지 않았던 연출 자체보다는 기술적 운용 방식에 대한 실망이 더 컸다. 무대 뒤에 영상을 투사해 배경을 만드는 방식은 효과 면에서는 나쁘지 않았으나 그 영상의 수준이 낮았다. 영화를 방불케 하는 높은 수준의 그래픽이 무대 위를 주름잡는 시대에 이토록 진부한 영상이 등장한다는 데 쓴웃음이 지어졌다.
공연 진행상의 문제점은 더욱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야외 오페라 공연은 극장 공연보다 많은 준비와 노하우를 필요로 한다. ‘자연’이라는 변수 때문이다. 공연 전 “소나기가 올 경우 공연이 잠시 중단될 수도 있다”는 장내방송을 내보냈지만 우천 시 관객을 보호하는 대책에 관한 어떤 안내도 없었다.
이번 야외 오페라 ‘라보엠’ 공연의 의미와 그것이 남긴 숙제에 대해서는 지금부터 진지하게 논의가 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라보엠’은 초인기 오페라이면서도 배신, 복수 등 자극적인 소재가 없는 ‘착한’ 오페라다. 이런 착한 오페라로 ‘나쁜’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될 것이다.
유정우 의사·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