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판세 갈수록 초박빙오바마, 공화全大때 유세… 롬니 “민주全大 두고보자”
2004년 미국 대선(11월 2일)을 3개월 남짓 앞둔 7월 26∼29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선거유세를 중단했다. 재선에 도전한 그가 금쪽같은 나흘을 포기하고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에 들어가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것은 그 기간에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때문이다. 상대방인 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 후보도 마찬가지. 공화당 전대 기간인 8월 30일∼9월 2일 오래전 약속돼 있던 시민단체 한 곳에서의 연설을 빼고는 유세를 중단했다.
상대 당의 전당대회 기간에 대선 유세를 하지 않는 것은 미국 정치의 오랜 전통이다. 상대 당이 전당대회라는 축제를 통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도록 공세를 자제하고 자리를 비켜주는 예의인 셈이다. 이런 신사협정은 올해 대선에서 철저히 깨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는 상대 당의 전당대회 기간에 오히려 더 눈에 띄는 유세를 벌이는 맞불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가 28일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허리케인 ‘아이작’ 때문에 공화당 전당대회가 실제적으로 하루 늦게 시작한 28일부터 이틀 동안 콜로라도 아이오와 버지니아 등 3개 경합 주를 찾았다. 핵심 지지 세력인 젊은층의 표심몰이를 위해 대학가를 순회 방문하는 일정이었다. 28일 아이오와주립대와 콜로라도주립대에서 각각 6000명과 1만3000명의 학생 청중을 향해 롬니 후보의 경제, 건강보험, 환경, 에너지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양당의 ‘상대방 잔칫집 재 뿌리기’ 행태는 선배들의 미덕을 깨는 ‘예의(protocol) 실종’ 현상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올해 대선이 초박빙 접전으로 진행되면서 양 진영이 하루라도 캠페인을 포기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상대 비방에 열을 올리는 네거티브 선거전으로 치닫는 것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로스 베이커 럿거스대 교수는 “이슈마다 사사건건 대립하는 미 정치권의 양극화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