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애플 美 법정싸움 주말경 결론
이날 사실상의 마지막 공판에 앞서 삼성전자의 최지성 부회장과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양사의 견해차를 절충하기 위한 마지막 전화 접촉을 가졌지만 끝내 결렬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과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 ‘세기의 난(亂)수표 소송’ 될 듯
예를 들어 디자인특허와 관련해 애플은 소비자가 ‘양사 제품이 상당히 비슷하다’는 이유를 들어 특허 침해라고 주장하는 반면 삼성은 ‘소비자가 삼성 제품을 애플 제품으로 착각해 구매했을 수도 있으니 특허 침해가 아니라 소비자 판단’이라고 주장한다. 미묘한 판단을 배심원단이 법적인 근거를 갖고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더구나 배심원단은 IT 분야의 문외한들이다. 심리를 진행하는 새너제이 북부지방법원은 배심원단의 편견 없는 평결을 위해 △양사와 전혀 관련 없는 △IT 지식에 해박하지 않은 △친구 등 인맥에서 IT 전문가들이 없는 인물 9명을 배심원단으로 최종 선정했다. 실제 배심원은 전기기사 사회복지사 가정주부 무직자 등으로 구성돼 있다.
판단해야 할 분량 자체도 방대하다. 애플은 삼성의 20여 개 제품이 애플의 3개 기능특허와 4개의 디자인특허를 침해했다며 제소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 아이팟 터치 등을 내놓으면서 삼성전자의 기능특허(Utility Patents) 5건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배심원이 각각의 특허를 모두 이해했더라도 양사의 특허가 유효한지, 양사의 제품이 상대방 특허를 침해했는지 등을 판단해야 한다. 수백만∼수십억 달러에 이를 수도 있는 특허침해로 인한 누적 피해액을 산정하는 일도 배심원들에겐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1심 평결과 판결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심 최종심은 현지 시간으로 21일 오전 9시, 한국 시간으로 22일 오전 1시에 시작됐다. 오전은 배심원 평결 절차에 관한 교육, 오후에는 양사 각각 2시간씩 최종 변론 시간이 배정됐다. 이날 일정은 이것으로 마무리되며 재판 말미에 담당 판사가 향후 일정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미 법조계에서는 배심원들이 검토할 시간을 줘야 하는 만큼 일러야 23일쯤에나 배심원 평결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배심원 평결이 나오더라도 양사가 이의 제기를 하면 재판부는 배심원이 추가로 토의를 진행하거나 기각하는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최종 판결은 더 늦어질 수 있다.
○ 고 판사 “애플도 불리 증거 파기”
이번 재판처럼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면서 복잡한 소송도 없다는 것이 미 법조계의 일치된 의견이다. 배심원단의 평결과 법원의 최종판단 결과에 따라 모두에게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남길 수 있다는 것.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