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올림픽 10개월 앞두고 체급 올려 은메달 작년 어깨-팔꿈치 인대 부상 이겨내고 왕좌 올라
런던 올림픽 유도 첫 금메달의 주인공 김재범(27·한국마사회)은 남성다운 외모와는 달리 차분하고 겸손한 성품으로 유명하다. 남성다움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항상 주변을 살피고 절제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의 겸손함은 오랜 2인자 생활 속에서 만들어진 부산물이었다.
김재범의 등장은 화려했다. 그는 2004년 11월 대통령배대회 73kg급에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원희(용인대 교수)를 꺾고 우승하며 유도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원희와 왕기춘이 버틴 73kg급은 ‘무림 정글’이었다.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178cm의 큰 키로 이 체급을 유지하는 게 고역이었다.
그는 결국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10개월 앞두고 81kg급으로 체급을 올렸다. 무모한 도전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원희, 왕기춘을 피해 도망갔다는 비아냥도 감수해야 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투혼을 발휘하며 은메달을 획득했지만 ‘한국 유도의 간판’이라는 수식어는 금메달리스트 최민호에게 빼앗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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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은 런던 올림픽을 앞둔 지난해 12월 코리아 월드컵에서 왼쪽 어깨와 팔꿈치 인대를 다쳐 위기를 맞았다. 그는 “대회마다 우승하면서 거만해졌을 때 잘 다쳤다. 3개월이 넘는 재활을 견디며 겸손을 되새겼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재범은 겸손함과 성실함을 무기로 결국 런던 올림픽 시상대 가장 높은 자리에 섰다.
런던=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