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발레 ‘비애모’ ★★
그리스 신화와 제주 무속설화, 발레와 한국무용, 양악과 국악의 만남을 꾀한 창작발레 ‘비애모’. 김용걸 댄스씨어터 제공
그러나 한국적 감성 이입이 자연스럽지는 못했다. ‘비애모’는 ‘삶과 죽음 사이에 놓인 사랑’이라는 조어다. 프랑스어로 인생 ‘라 비(la vie)’와 죽음 ‘라 모르(la mort)’ 사이에 사랑 애(愛)를 넣었다. ‘vie 愛 mort(비애모)’, 뜻은 통하나 작위적인 느낌이 강하다.
줄거리는 오페라에 등장하는 사랑의 신이 저승새로, 지하세계의 왕이 꽃밭지기로 변했다. 농악대 상쇠의 부포놀이로 묘사한 저승새가 오르페우스(김용걸)를 인도한다. 별 의미 없이 뒤섞이는 서로 다른 음악의 연계성, 오페라와 동명 제목이 적합한지 의문이다. 서천꽃밭의 의미도 약하다. 신화의 주 무대는 괴물을 감동시킬 정도의 음악성이 넘치는 지옥인데, 그 이미지를 간과하니 주인공이 꼭 오르페우스일 이유도 없다.
이 작품은 피나 바우슈의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1975년 작)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다. 안무자는 파리 오페라 발레단원 시절인 2005년 이 작품에 출연하면서 충격을 받아 한국적인 스타일로 풀어보고 싶었던 욕심을 이번에 실현했다고 말했다. 바우슈의 작품은 음악 분석력과 풍부한 동작 언어, 초현실적 세계가 어우러진 명작이다.
그에 비해 ‘비애모’는 너무 단조롭다. 신파극적 무언극에 눌려 춤이 설 자리를 잃었다. 주역 솔로나 부인과의 듀엣 대부분이 극히 상식적인 리듬감과 동작구로 채워져 기교 자체의 독자성을 찾기가 어려웠다. 에우리디케 역 김미애의 솔로 일부만이 음악과의 조화 혹은 음감을 넘어선 춤사위로 감동을 줬다.
문애령 무용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