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전자 박종석 MC사업본부장 ‘감성 디테일’ 경영
사소해보일지 몰라도 이 슬라이더 탭은 LG전자 개발진이 설계도를 100번 이상 바꾼 끝에 마침내 제작에 성공한 것이다. 이 회사 모바일 분야 수장(首長)인 박종석 MC사업본부장(부사장·사진)이 계속 퇴짜를 놓았기 때문이다. “너무 헐렁하지도 뻑뻑하지도 않고 고객이 가장 편안하게 ‘쫀득쫀득한’ 느낌이 손에 전달될 수 있게 하라.”
‘쫀득쫀득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개발진은 100번도 넘게 설계를 바꾸고 샘플을 만들었다. 마침내 박 본부장의 OK 사인이 떨어졌다. 고생했지만 고객의 반응은 좋았다. 회사원 김지현 씨(30)는 “다른 회사 제품은 몇 달 쓰다 보면 충전단자에 먼지가 끼어 성능이 떨어지고 보기에도 안 좋았는데 LG 제품은 슬라이더 탭이 있어 깔끔하고 편리하다”고 말했다.
100번 넘게 설계도를 바꿔가며 ‘쫀득쫀득’한 느낌을 살린 충전단자 슬라이더 탭. LG전자 제공
박 본부장은 “소비자의 사소한 아쉬움도 세심하게 배려해 반영하지 않으면 LG 스마트폰이 실지(失地)를 회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능형 음성인식 솔루션 ‘LG 퀵보이스’도 디테일로 승부한 사례다. 앞서 서비스를 내놓은 애플 ‘아이폰’과 삼성전자 갤럭시S 시리즈의 서비스는 여성 목소리만 있지만 LG는 남성 목소리도 추가했다. 또 한국 소비자들의 특성에 맞춰 음성인식으로 음력 날짜까지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에 크게 밀리며 고전하던 LG전자의 스마트폰은 이러한 감성 디테일의 힘으로 조금씩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특히 최근 한국 미국 일본을 중심으로 LTE폰이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LG의 LTE 스마트폰이 선전하는 것에 회사 측은 고무된 모습이다.
LG전자는 최근 지난해 10월 옵티머스 LTE 출시 이후 9개월여 만에 LTE폰 글로벌 판매 400만 대를 돌파했다. 국내에서 5월 말 출시한 ‘옵티머스 LTE2’ 판매량은 최근 40만 대를 넘어섰으며 ‘외국 업체들의 무덤’으로 통하던 일본에서도 LTE폰 40만 대 판매를 돌파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