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일부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재벌 오너의 불법 행위 등 경쟁을 저해하고 시장경제 질서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규제가 약속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분명 마땅하고 시급한 일이다. 더 나아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이루고 기업 생태계의 정상화를 도모하며 경쟁에서 낙오한 자들에게 재기의 발판이 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갖추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대책의 논의 또한 시의적절하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구조적 모순을 해소하려는 노력만으로 과연 경제의 성장기능과 일자리 창출능력이 회복될지 의문이다. 만약 그 과정에서 성장이 부분적으로 희생된다면 과연 성장 없는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까. 더 나아가 유인체계를 고려하지 않는 나눔의 미학을 강조하는 법제도와 규제 도입으로 간단하게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고 성장도 지속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한국 경제의 미래를 걱정하면서 성장전략에 관해 절실한 부분을 몇 가지 지적해 본다.
다음으로 균형에 기반한 새로운 성장전략이 필요하다. 유로존 재정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이 제시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세계경제의 암울한 성장전망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몇 년간 대외경제의 취약성이 예견되는 상황에서는 산업 간 불균형을 해소하는 성장전략에서 그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 그동안 이해 당사자들의 저항과 규제로 지지부진했던 서비스산업의 선진화 작업도 서둘러 완성해야 한다. 아울러 혁신 기반의 부품소재산업 등 고부가가치 제조업의 발전을 유도해 추락하는 제조업 경쟁력을 되찾아야만 한다.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은 근본적으로 기업의 투자와 생산성 제고 여부에 달려 있다. 몇 퍼센트 성장을 장담하는 식의 과거 성장정책보다는 기업들의 투자와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기업 환경을 끊임없이 개선해 주는 원칙에 충실한 정책을 펴야 성장과 고용이 보일 것이다. 세계경제 성장 둔화, 규제강화 기조, 무분별한 복지확대, 고령화의 심화 등 열악한 대내외 여건을 감안할 때 우리 경제의 장기적 성장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현 시점에서 국민의 눈과 귀를 달콤하게 하는 정책들을 화려한 수사로 포장해 선물하는 것은 현명한 지도자가 할 역할이 아니다. 국가의 안위와 미래를 고민하고 국민에게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해 설득할 용기 있는 진정한 리더십이 아쉬운 때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