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첫 수주 ‘형제 배’ 사들여 홍보관으로 활용 계획
대우조선해양이 33년 전 최초로 수주한 선박 바우 헌터호. 회사 측은 최근 이 배를 매입해 회사 역사를 기록한 기념관으로 개조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제공
대우조선은 최근 바우 헌터호를 사들여 기념관으로 개조 중이라고 17일 밝혔다. 조선사가 건조해 선주에게 인도한 노후 선박을 다시 사들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 배는 한국 조선사와 흐름을 같이하는 대우조선과 옥포조선소의 역사를 기록한 홍보문화관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대우조선은 바우 헌터호의 조타실이나 기어실 등 배 내부는 그대로 두면서 그동안 회사가 수주한 선박 사진과 모형, 동영상 등을 회사의 첫 배에 전시할 계획이다.
바우 헌터는 대우그룹이 대우조선공사를 인수한 뒤 1년이 지난 1979년 처음으로 노르웨이 해운사로부터 수주한 선박 네 척 중 하나다. 당초 바우 헌터의 ‘형제’ 선박으로 1982년 4월 최초로 인도한 맏형 ‘바우 파이어니어’를 수소문했지만 이미 해체돼 고철로 돌아간 것으로 확인돼 2개월 뒤 두 번째로 인도한 동생 바우 헌터를 매입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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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 조선사였던 대우조선은 선박 건조 능력을 세계 유수의 선주들로부터 단기간에 인정받아야 했기 때문에 위험 부담을 무릅쓰고 건조가 어려운 화학제품 운반선을 첫 배로 시작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인도일을 맞추기 위해 전 직원이 야근을 하며 작업에 매달릴 정도였다. 바우 파이어니어는 당시 한국 조선사상 처음으로 세계 최우수 선박에 선정되기도 했다.
수주한 지 33년, 인도한 지 30년이나 지났기 때문에 당시 수주나 건조를 담당했던 인력은 현장을 떠난 지 오래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바우 헌터와 바우 파이어니어는 초창기 대우조선 전 임직원을 일심동체로 묶은 의지의 결정체로 회사 역사에 상징성과 의미가 큰 선박”이라고 설명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