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 출총제 부활-부자증세 등 9개 법안 발의
민주당은 출자총액제한제(출총제) 재도입, 순환출자 금지, 재벌세 도입 등 4·11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내놨던 고강도 대기업집단 개혁 구상을 고스란히 담아 새누리당과의 차별화를 꾀했다.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강도 높은 대기업집단 개혁안에 재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 경제민주화 ‘원조’ 경쟁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재벌 개혁 없는 경제민주화는 허구”라며 “경제민주화와 재벌 개혁에 당의 명운(命運)을 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재벌이 2, 3세를 이어가는 세습 경영으로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있다. 재벌이 사회의 모든 곳을 잠식하는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며 “19대 국회에서 재벌개혁특위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당의 명운’까지 거론하면서 대기업 개혁을 강조한 것은 새누리당에 경제민주화 이슈를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자산 5조 원 이상 63개 상호출자제한 그룹에 대해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도록 하고 기존 순환출자도 3년 안에 모두 해소하도록 했다.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와 ‘금산(金産)분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자(子)회사의 손자회사 지분보유 한도를 상장기업은 최소 20% 이상에서 30% 이상으로, 비상장기업은 40% 이상에서 50% 이상으로 올려 지주회사 요건을 강화하고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지분 한도를 현행 9%에서 4%로 낮춘다는 내용이다.
‘재벌세’ 도입 법안도 내놨다. 모(母)회사가 자회사로부터 받은 주식배당금을 이익에 포함해 법인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3억 원 초과로 돼 있는 최고세율 38%를 적용하는 소득세 과세표준 최고 구간을 1억5000만 원 초과로 낮추고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축소하는 내용의 ‘1% 부자증세’도 추진할 방침이다.
○ 재계 “기업활동 위축 불가피”
출총제 재도입과 지주회사 규제 강화는 기업 투자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법안대로 출총제가 도입되면 상위 10대 그룹 중 SK 현대중공업 한진 한화 등 4개 그룹이 투자규제를 받게 된다. 자회사의 손자회사 지분보유 한도가 높아지면 LG그룹 등 지주회사로 전환한 대기업들이 계열사 지분을 추가로 사들여야 해 투자여력이 줄어든다. 또 재벌세는 기업의 세(稅) 부담을 늘려 수익성 지표를 악화시킨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기업의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는 것인지 기업을 때리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정치권이 기업구조 자체를 뜯어고치겠다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대외적으로 경제위기를 맞은 기업들의 활동은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새누리당 김영우 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의 경제민주화는 기업도 1%와 99%로 나누어 대기업 때리기에만 치중하는 반쪽짜리 경제민주화이다. 이것은 또 다른 정책적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