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축은행 수사 대선자금으로 번지나
결국 이번 수사가 이 전 의원이나 정 의원의 ‘개인비리’가 아니라 이 대통령의 대선자금 수사로 번질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다만 이 전 의원이 이 돈의 사용처를 밝히거나 대선에 썼다고 진술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검찰은 대선자금으로 수사를 확대하는 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 대선자금에 실제 쓰였을까
임석 회장
검찰은 돈이 오간 저녁식사 자리에서 돈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는 임 회장 등의 진술과 관련해 사전에 돈의 성격에 대해 관련자 모두의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는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이 6일 임 회장이 건넨 3억 원을 이 전 의원과 정 의원이 함께 받았다며 공범 혐의를 적용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것도 정 의원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 의원이 당시 이명박 후보의 최측근으로 대선 승리에 전력투구할 때라는 점을 감안하면 문제의 돈이 대선자금이라는 추론이 더욱 설득력을 갖게 된다. 정 의원이 부담스러운 불법자금을 직접 나서 중개했다는 혐의는 대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돈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었던 당시 정황을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게 해준다는 해석도 나온다. 결국 대선자금을 모으려 정 의원이 적극적으로 움직였고 돈은 결국 이 전 의원에게로 모이지 않았겠느냐는 추론이 가능한 것이다.
○ 이상득, 대선자금 저수지였나
대선에는 돈이 많이 든다. 공식적이고 합법적인 용처 말고도 은밀하게 돈을 써야 할 곳이 셀 수 없이 많다.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캠프의 돈을 움직이는데 이 대통령 캠프에서는 이상득 전 의원이 적임자였을 것으로 보인다. 임 회장의 돈이 그에게 흘러들어 갔다는 혐의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만일 이 전 의원과 정 의원이 대선자금 차원에서 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다면 ‘제2의 임석 회장’이 존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권에서는 당시 이 대통령 캠프의 핵심이었던 정 의원이 자금 지원 의사를 밝힌 기업인들과 이 전 의원을 연결해주며 불법 대선자금을 모았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 대선자금 수사에는 신중한 검찰
하지만 검찰은 2007년 대선자금 관련 의혹은 수사의 목표도 아니고 수사할 여력도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실제로도 이 전 의원이나 정 의원이 대선자금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하지 않는다면 수사를 하더라도 성공 확률이 높지 않다는 게 부담이다. 무엇보다 받은 돈이 대선에 쓰였는지 입증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특히 12월 대선을 5개월 남짓 남겨둔 시점에서 대선자금 문제를 건드릴 경우 정치권에 핵폭탄 규모의 파장을 몰고 올 수 있어 수사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검찰 내부의 판단이다. 복합물류센터인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 의혹 수사 당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받은 불법 자금 8억 원에 대해서도 대선자금 관련 의혹이 불거졌지만 수사로 이어지진 않았던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