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기 경북대 사회교육학부 교수
美“의료보험 가입은 개인의 문제”
첫째, 이 법은 모든 성인에게 의무 가입을 강제함으로써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점에서 여러 주에서 이미 위헌 판결을 받았다. 미국은 개인의 자유를 신성시 여기며 존중하는 것이 헌법에 보장돼 있는데 의료보험 가입이라는 개인적인 선택의 문제를 강제하므로 위헌이라는 주장이다.
셋째, 설령 보험을 든다 해도 좋은 진료를 받지 못한다는 것을 국민이 잘 알고 있다. 가격이 천차만별인 민간보험 중에서 형편상 가장 싼 것을 고를 수밖에 없고, 그래서 제한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는 ‘싼 게 비지떡’인 상품일 수밖에 없다. 미국인은 그런 보험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들어 지속적으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데 반발했다.
넷째, 아무리 싸다고 해도 미국의 보험은 비싸다. 오죽하면 5000만 명에 달하는 시민이 무보험으로 의료 사각지대에서 살고 있겠는가? 더군다나 미국은 지금 192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침체를 겪는 중이어서 서민들이 여력이 없다.
마지막으로, 새 법은 보험에 들지 않을 경우 벌금을 부과하도록 돼 있다. 2014년에는 1인당 벌금이 95달러, 2016년에는 695달러로 높아진다. 돈 때문에 의료보험을 들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보험에 들지 않는다고 되레 벌금을 매기겠다니 원성을 사고 있는 것이다.
의무가입 조항에 국민들 반발 예상
이번 대법원 판결 바로 직전 NBC와 ‘월스트리트 저널’ 여론조사에 따르면 “위헌이면 좋겠다”(37%)는 의견이 “아니다”(22%)보다 훨씬 많았다. 대법원의 정치적 판단으로 일단락된 것처럼 보이는 미국 의료보험개혁법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으리라는 것을 보여준다. 아울러 우리가 얼마나 좋은 의료보험체계를 가지고 있는지 인식하고, 현 체계의 문제점을 잘 보완해 가꾸어나갈 노력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김광기 경북대 사회교육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