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엄 씨는 ‘국민연금 실버론’을 지난달 15일 신청해 국민연금공단에서 전월세 자금 500만 원을 빌릴 수 있었다. 그는 “남은 방법이 사채밖에 없었는데 저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며 고마워했다.
국민연금공단은 실버론 제도를 도입한 지 한 달 반 만에 엄 씨 같은 노인 신청자 5224명에게 204억6000만 원을 빌려줬다고 17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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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국민연금공단이 신청자를 연령별로 분석한 결과 60∼64세(64.2%), 65∼69세(30.9%) 순이었다. 70세 이상은 5%(255건)였다. 용도별로 보면 전월세 자금을 마련할 목적으로 대출을 받은 경우가 62.5%였다. 나머지는 의료비(36.7%), 배우자의 장례비(0.5%), 재해복구비(0.3%)가 뒤를 이었다. 대출 신청액은 평균 392만 원.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일거리가 없는 노인은 당장 100만 원이 급한 경우가 많아 소액대출도 많다”고 설명했다. 2009년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인 67.4%는 “갑자기 자금이 필요할 경우 도움 받을 사람이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런 ‘행운’도 일부에게 국한되는 이야기일지 모른다. 실버론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만 60세 이상 국민연금 수급자는 약 270만 명. 같은 연령대의 노인 인구 780만 명 중 35%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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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연금 실버론 ::
만 60세 이상 국민연금 수급자에게 최대 500만원까지 시중금리의 절반 정도로 생활안정자금을 빌려주는 제도. 의료비, 배우자 장제비, 전월세 자금, 재해복구비에 쓰는 경우로 한정한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