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1997년 강원대 앞에서 ‘춘천서림’ 운영했던 나환목 씨생계용 車 낡아 생활고 겪자 ‘단골’ 운동권 출신들 주축 돼SNS 모금운동 벌여 車 선물
전 춘천서림 대표인 나환목 씨가 9일 서점 운영 당시 단골 고객들로부터 자동차를 선물받은 뒤 차 앞에서 박수를 받으며 포즈를 취했다. 춘추달나 제공
어릴 적 불발탄 폭발 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나 씨는 1986년부터 1997년까지 춘천서림을 운영했다. 이후 제지회사에 다니다 지난해 말부터 물티슈 배달을 해왔는데 16년 된 그의 차량이 잦은 고장으로 속을 썩이자 이 사실을 안 지인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성금 모금에 나선 것. 4월 16일 페이스북에 ‘춘추달나’(춘천서림 추억 싣고 달려라 나환목) 방을 개설한 지 2개월도 안 돼 목표액 2000만 원을 넘어섰다. 당초 이달 말까지 예정했던 모금은 1개월 빨리 마감됐다.
152명이 참여해 모금된 액수는 총 2600만 원. 2000만 원으로 장애인용으로 특수 제작된 아반떼 차를 구입하고 보험료를 냈다. 자동차 전달식 행사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나 씨에게 차량 유지비로 전달했다. 이날 강원대 미래광장에서 차량을 받은 나 씨는 “서점을 운영할 때도 학생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학생들은 오히려 반대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너무 큰 선물을 받아 고마울 뿐이다”라고 말했다.
성금 모금을 주도했던 김용래 씨(47)는 “각자의 삶이 고단하다 보니 나 씨의 생활까지는 신경을 못 썼는데 요즘 생활이 어렵다는 점을 알고 십시일반 정성을 모으게 됐다”며 “일하는 데 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차량 전달식에 참석한 정재웅 강원도의원은 “나 씨와는 서점 주인과 고객의 관계가 아니라 동지의 인연”이라며 “이번 성금 모금은 나 씨를 돕는 것 외에도 (운동권) 선후배들의 끈끈한 관계를 확인하는 등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