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시마다 마사히코 지음·양윤옥 옮김/360쪽·1만3000원·자음과모음
총 41장으로 이뤄진 이 장편의 첫 장을 요약하면 이와 같다. 돈이 사람을 변하게 하고, 사람 위에 군림한다는 소설의 주제를 잘 요약해 보여준다. 기업이나 국가로 확장해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1만 엔권 화폐 도안에 들어 있는 후쿠자와 유키치는 ‘하늘은 사람 위에 사람을 만들지 않고 사람 밑에 사람을 만들지 않는다’는 말을 남겼다. 하지만 작품은 이를 비튼다. ‘돈은 사람 위에 사람을 만들고 사람 밑에 사람을 만든다.’
공고한 돈의 권력을 깨뜨리기 위한 방편은 악화(惡貨), 즉 위조지폐다. 우울한 소년기를 보낸 도시키는 최신 위폐 감별기에도 잡히지 않는 정교한 1만 엔권 위폐를 대량 유포하고, 일본에는 물가가 거침없이 상승하는 하이퍼인플레이션 현상이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엔화가 아닌 별도 화폐를 사용하며 자본주의를 비난하는 사회공동체 ‘피안 코뮌’이 위폐의 배후로 수사망에 떠오른다. 도시키가 피안 코뮌에 거액을 지원한 사실도 점차 드러난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