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성 경제부 차장
국내 해외 건설공사 수주 1호로 기록된 현대건설의 빠따니∼나라티왓 고속도로 공사의 얘기다. 그리고 47년이 지난 이달 중순 국내 건설업계는 해외공사 누적수주액 5000억 달러 돌파라는 금자탑을 쌓는다. 처음 1000억 달러 고지를 넘은 것은 1993년으로 해외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1965년으로부터 28년이 걸렸지만 최근에는 1000억 달러를 추가하는 기간을 1년 9개월로 줄였다. 국내 건설사들의 뛰어난 업무 수행능력과 입찰 경쟁력, 정부의 효율적인 지원책이 겹치면서 이뤄낸 성과다.
외국인들이 혀를 내두르는 한국 건설인들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공 요인이다. 우리 건설인들은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의 오지에서 작업을 하다 현지 반(反)정부 세력이나 테러범 집단에 납치를 당하고, 포탄이 쏟아지고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를 지키는 일도 감수했다. 살갗이 타들어 갈 듯 뜨거운 태양과 숨 쉬는 것조차 쉽지 않은 모래바람, 머리통이 깨질 듯 차가운 겨울 추위도 이겨냈다. 지하 수십∼수백 m에서 언제 바닷물이 쏟아져 무너질지 모르는 두려움을 이겨내며 지하터널을 뚫고, 악어나 각종 해충이 들끓는 늪지대를 몇 달씩 배회하며 가스파이프를 연결했다. 이들의 피땀을 바탕으로 거둔 성과를 볼 때마다 같은 한국인으로 자부심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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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2008년 이후 20∼25% 수준에 머물고 있는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건설 외화가득률을 10%포인트 정도 끌어올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최근 해외 수주 공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플랜트 부문에서 국산 장비와 자재의 사용 비율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플랜트공사에서 장비비와 자재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60% 정도다. 그런데 국내 건설사가 국내산 장비와 자재를 이용하는 비율은 20%를 밑돈다. 국산 장비와 자재의 품질을 높이는 노력과 함께 외국 발주처를 대상으로 국산 장비의 우수성을 알리는 홍보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내 인력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정부와 기업들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해외 공사에서 인건비 비중은 20%나 되는데 국내 업체의 해외 현장에서 국내 인건비 비중은 10%에 불과하다. 해외 공사 경험이 풍부한 퇴직인력의 활용도를 높이고, 해외 현장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해외 건설 강국(强國) 코리아’의 위상을 유지하고 발전시킨다면 우리 경제와 국민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황재성 경제부 차장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