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진 산업부 기자
지난달 30일 오후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5단체의 주최로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19대 국회의원 당선자 리셉션.
주최 측 대표 격인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연단에 올라 축사를 시작했지만 행사장은 여전히 어수선했다. 19대 초선 의원들은 중진 의원 및 기업인들과 안면을 트기 위해 이곳저곳을 돌며 인사를 하고 악수를 청하느라 허 회장의 말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국회를 상대로 사실상의 로비스트로 활동하는 대기업의 대관(對官) 업무 담당자들 역시 혹여 자신들의 기업에 영향을 줄 만한 의원들이 참석했는지 분주히 찾아다녔다.
그러나 중소기업계를 대표해 참석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의 축사는 두 사람과 사뭇 달랐다. “중소기업을 차별하는 제도의 불합리한 점을 해결해 달라”며 “19대 국회가 ‘경제 민주화’에 앞장서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이어 박지원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양극화 해소를 위해 대기업이 얼마나 앞장섰는지 반성할 때”라며 힘을 보탰다.
행사장 앞자리에 모여 있던 대기업 관계자들의 얼굴이 일순간 일그러졌다. 공식 행사가 끝나기도 전에 대다수 사람들이 밀물처럼 빠져나갔다. 재계의 한 참석자는 “소통이 아니라 자기 얘기만 하는 자리라면 왜 참석하라고 했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행사를 축하하기 위해 나온 배우 민영기 씨가 “지금 이 순간의 기분을 잊지 마시라고 이 노래를 불러 드린다”며 뮤지컬 ‘지킬&하이드’에 나오는 ‘지금 이 순간’을 부르자 쓴웃음을 짓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서로 소통하자는 뜻에서 마련된 이번 행사는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다른 이야기를 하는 동상이몽(同床異夢)의 행사로 끝났다. 재계는 성의를 보이자는 뜻에서 이례적으로 국회 개원 당일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 하지만 결국 대기업과 정치권의 뿌리 깊은 불통(不通)의 현실만 재확인한 꼴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