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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은 흉기 협박하는데… 학교는 “그냥 참고 다녀라”

입력 | 2012-05-23 03:00:00

“학교-교사들이 폭력 방치” 학부모, 국회토론회서 울분




기사 본문과 직접 연관 없음.

초등학교 6학년인 P 군은 알레르기 질환 때문에 코를 자주 후볐다. 같은 반 학생 6명은 평소 이런 모습을 놀리다가 때리기 시작했다. 폭력은 심해졌고 P 군의 안경이 깨져 크게 다칠 정도가 됐다. 이들은 학급 인터넷 카페에서도 P 군에 대한 욕을 늘어놓았다. 그의 부모는 뒤늦게 사실을 알고 담임을 찾아가 학교폭력자치위원회를 열어달라고 했다. 담임은 “P가 코를 파서 혐오감을 줬다. 원인을 제공했으니 학교폭력이라고 할 수 없다”면서 거절했다.

고교 2학년인 J 군은 학교에 가기가 너무 무서워 2월에 1주일간 가출했다. 3학년 선배들이 액수와 기한을 정해놓고 돈을 가지고 오라며 괴롭혔기 때문이다. J 군은 맞는 것보다 선배들이 가진 흉기가 더 두려웠다. 쉬는 시간에 그를 불러낸 선배들은 “너 언제 칼 맞을지 모른다”고 협박을 하곤 했다. 두려움에 떨던 J 군은 학교에 전학을 보내 달라고 사정했지만 묵살당했다. J 군이 실제로 피해를 당하지 않았으니 가해 학생을 조사할 수 없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었다.

민주통합당 김춘진 안민석 의원이 2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개최한 학교폭력 토론회에서 나온 사례들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학교폭력 해결에 앞장서야 할 교사와 학교가 오히려 대처를 잘하지 못해 학교폭력을 심화시킨 사례들이 쏟아져 나왔다.

학교폭력 상담사례를 발표한 참교육학부모회의 고유경 학부모상담실장은 무성의한 교사, 폭력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학교가 아이들에게 더 큰 상처를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학교폭력에 아예 개입하지 않으려고 발뺌하는 태도도 문제로 지적됐다. 학교 일진 17명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딸을 둔 학부모가 가해학생들의 학부모를 만나게 해달라고 요청하자 교내에 못 들어오게 하고 교문 앞에서 만나라고 말하는 학교도 있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대안 제시에 나선 강영구 변호사는 교사가 학교폭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도록 법을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개정된 학교폭력예방법은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무조건 교장이 학교폭력자치위원회로 회부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형식적인 조치로 흐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강 변호사는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담임 등 교사 한 명이 판단하지 말고 여러 교사가 조사에 참여하는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이를 제대로 운영하려면 학교마다 전문상담교사와 보건교사를 늘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 [채널A 영상]결국 경찰 찾아간 학생들, “더 빨리 신고할 걸…”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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