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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정평화재단 국제세미나]“뒤통수 치기 밥먹듯하는 北… 中, 관용정책 재고해야”

입력 | 2012-05-22 03:00:00

韓中 협력과 김정은체제 북한의 미래




2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한중 수교 20주년 기념 국제세미나’에서 한중 양국 전문가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 “유훈통치를 활용한 정통성 확보로 집권 초기 안정을 이뤘다. 단기간의 불안요인을 극복하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체제가 될 수 있다.” “김정일이 사망하기 전 1년 동안 중국과 쌓아온 북중 간 신뢰를 새 지도자 김정은이 불과 집권 5개월 만에 저버렸다. 이런 김정은 정권의 미래가 밝을 수 없다.”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이사장 이채주) 21세기평화연구소가 한중 수교 20주년을 맞아 ‘한중 협력과 김정은 체제 북한의 미래’를 주제로 21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국제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한중 양국 전문가들의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에 대한 평가는 크게 엇갈렸다. 》
쉬원지(徐文吉) 지린(吉林)대 동북아연구원 교수는 김정일의 갑작스러운 사망 이후 김정은이 원만하게 권력을 승계할지에 대한 의문이 많았으나 지난 5개월은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쉬 교수는 그 근거로 인민군최고사령관과 노동당 제1총비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등 권력 핵심 3대 직책을 신속히 승계하고, 북한 내부에 도전세력이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는 점을 들었다. 쉬 교수는 “김정은이 유교 전통이 강한 북한에서 효심을 바탕으로 민심을 얻고 반복적인 군부대 시찰 등으로 지도자 이미지를 강화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위사오화(虞少華)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은 “김정은 정권이 핵을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경제와 민생 발전을 통해 정권을 안정시켜야겠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며 주변국이 북한을 지나치게 압박하지 말고 시간을 줘야 한다고 밝혔다.

진저(金哲) 랴오닝(遼寧) 성 사회과학원 한반도연구센터 비서장은 “김정은이 승계 이후 인민 생활 개선이라는 비전을 내놓은 것은 고난의 행군 시기에 승계한 김정일 시기와 다르다”며 “인민생활 개선이 체제 안정에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낙관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하지만 스인훙(時殷弘)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다른 중국 전문가들의 논지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스 교수는 “북한의 선군정치 및 주체사상은 배타적이고 극단적인 민족주의”라며 “북한이 이를 토대로 내부적으로는 고압적으로 통제하고 외부적으로 반(反)남한, 미국에 대해서는 협상을 하면서도 뒤통수를 치는 식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스 교수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사망하기 1년 전까지 중국을 수차례 방문하면서 중국과 많은 약속을 했는데 김정은은 출범 5개월 만에 이를 모두 뒤집고 약속을 어겼다”며 “김정일이라면 생각지도 못할 일로 북한의 미래에 매우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스 교수는 “김정은이 집권 이후 보여준 모습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자신감의 결여”라며 “아버지 김정일과 가장 큰 차이가 자신감의 차이로 이런 상황을 두고 안정적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 교수는 “미국과 ‘2·29’ 합의 후 얼마 지나지 않은 때에 장거리 로켓을 발사(4월 13일)할 정도로 국제사회에서의 약속을 파기하는 것은 김정일 정권 때는 없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 교수는 특히 “(김정은 체제의 북한은)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중국에 일절 통보하지 않는다”며 이런 상황은 북중 관계에 대해 중국 지도자들이 여러모로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호 한림대 교수는 “김정은이 체제 생존에 치중할수록 경제와 민생을 챙기기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김정은 집권 후 신속한 조치들이 이뤄져 체제 안정적인 요소가 없지 않지만 불안 요인이 훨씬 많다”고 진단했다. 최 실장은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는 최고 지도자의 공백 이후 북한 지도층 내부에서 살아남기 위한 과잉 충성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충성을 위해 군사도발 등 불안 요소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선군정치는 인적통치인데 김정은이 김정일만큼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 실장은 “북한이 올해 강성대국으로 가기 위해 경제력을 평양에 과도하게 집중시키는 등 무리하다가 후유증을 겪고 있다”며 “북한이 내부적으로는 통제 강화, 외부적으로는 남한 등과의 접촉 최소화를 통해 내부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형남 21세기평화연구소 소장(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올해로 수교 20주년을 맞은 한중의 관계는 청년기를 맞은 셈”이라며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거나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공동으로 보다 큰 역할을 할 때가 됐다”고 북핵 문제 해결에서의 한중 협력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태우 통일연구원 원장은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실험 억지나 실험 후의 처리에서 중국은 가장 중요한 국가”라며 중국 역할론을 거듭 강조했다.

이상우 신아시아 연구소 소장은 “중국은 줄곧 북한이 어떤 일을 저질러도 ‘평화와 안정’이라는 원칙만 되풀이해 왔다”며 “이제는 한중이 공동으로 행동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중국 측에 묻고 싶다”고 말했다.

쉬원지 교수는 “중국이 한국과 수교할 때 혈맹 전우인 북한을 고려해 반대하거나, 북한에 배반하는 행위라는 의견도 있었으나 옛 친구를 잃지 않으면서 새로운 친구를 만들자는 취지로 국교를 맺게 됐다”는 과거 일화를 다시 소개하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북핵 문제에 한중 관계가 얽매이는 것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위사오화 연구원은 “한중이 북핵 문제에 매달리다 보면 한중 간에 절실한 경제협력을 소홀히 할 수 있다”며 두만강 유역의 공동개발을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했다.

윤덕민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교수는 “중국의 북한 투자나 북중 간 경협 확대를 ‘중국이 북한을 동북 4성으로 만들려는 것 아니냐’며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중국에 의해 북한의 시장경제 및 자본주의 체제로의 전환이 이뤄지면 그 혜택은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석희 연세대 교수도 “중국 기업의 북한 진출은 통상적인 기업 이윤만으로 볼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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