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명이 아직 선진당일 때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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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대표는 이날 탈당 선언문을 통해 “우리는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이념을 지키고 정직과 신뢰, 법치라는 공동체적 가치를 추구하는 보수정당으로서의 긍지와 신념으로 자유선진당을 일궈왔다”면서 “우리 당이 ‘자유선진당’으로 있는 동안, 즉 개명을 하게 될 전당대회 이전에 당을 떠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가 탈당을 결심한 데는 선언문에 언급한 대로 당명 개정을 포함해 당 정체성의 변화 움직임이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선진당은 4·11총선 참패 이후 이인제 비상대책위원장을 중심으로 당명을 바꾸고 보수 성향의 정강 정책을 중도로 옮기는 환골탈태 작업을 추진해 왔다. 29일 전당대회에서 이를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당내 주도권 싸움도 한몫했다. 심 전 대표와 이 위원장의 선진당 내 ‘이회창 색깔 지우기’에 대해 이 전 대표는 종종 참담한 심경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비례대표 공천 결과나 총선 불출마 당협위원장에 대한 용퇴 압박을 자신의 측근에 대한 ‘가지치기’라고 봤다. 한 인사는 “탈당했던 사람, 무소속이던 사람을 충청 발전을 위해 받아줬더니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당을 운영하는 데 대해 매우 서운해 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4·11총선 전 이미 탈당을 염두에 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총선 참패로 인한 당 수습을 위해 중대 결단을 전당대회 뒤로 미뤘다가 최근 이 위원장이 선진당을 ‘낡은 정당’ 취급하자 결단했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1997년 대선에서 경선 불복 뒤 출마해 자신에게 고배를 안긴 이 위원장에 대한 불신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 전 대표는 이날 향후 계획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계은퇴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예상보다 이른 중대 결단에 측근들도 난처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간 강조해온 보수대연합이 선진당을 통해선 어렵다는 판단 아래 당을 떠나긴 하지만 확실한 구상을 세워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한 측근은 “대선 정국에서 보수대연합을 포함해 역할을 할 것은 분명하고 이르면 6월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회창 대권-이인제 당권’ 구도로 수습될 듯이 보였던 선진당의 앞날도 불투명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선진당은 2007년 대선 당시 무소속 출마로 얻은 15.1%의 득표율이 바탕이 된 사실상 ‘이회창 당’이었다.
한편 4·11총선 때 국민생각에 참여했던 이신범 이원복 전 의원 등 32명은 이날 선진당 입당을 선언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