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 트레이더 무리한 베팅… 美 금융권 규제 강화 힘 실릴 듯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사진)는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의 투자위험을 관리하는 런던의 최고투자책임 부서에서 파생상품 투자를 잘못해 최근 6주 동안 20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 최종 손실액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손실은 최고투자부서 소속 파생상품 트레이더 브루노 익실이 신용부도스와프(CDS)에 무리하게 투자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CDS는 기업이나 국가가 파산해 채권 등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 자체를 사고팔도록 만든 고위험 금융상품. 채권시장에서 ‘런던 고래’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익실은 올해 초 시장을 낙관적으로 전망하며 특정 기업들의 재무상태 개선을 예상해 회사채 CDS 가격 하락에 대규모 베팅을 했다. JP모건이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익실은 지난해 말 기준 회사 전체 자산의 15%나 되는 3500억 달러(약 402조 원)의 돈을 운용했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불거지면서 시장은 예상과 반대로 움직였고 헤지펀드들이 익실과 반대 방향으로 대거 베팅하면서 JP모건은 손실을 보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다이먼 CEO는 “이 포트폴리오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하고 변동성이 커 위험을 회피하기보다 위험을 키웠다”며 “어처구니없는 실수와 판단 착오가 있었다”고 말했다.
유럽 악재에 JP모건 소식이 더해지면서 11일 한국의 코스피는 전날보다 1.43% 떨어졌고 뉴욕 증시도 11일 JP모건이 9% 이상 폭락하고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골드만삭스 등 대형 은행들이 3% 이상 동반 급락하면서 장을 열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