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연방법 정면 반박합법화 움직임 빨라질 듯
미국 언론은 9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동성 결혼 합법화 지지 견해를 밝힌 것을 두고 ‘절묘한 타이밍’ ‘노련한 정치술’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당초 오바마 대통령이 11월 대선이나 9월 민주당 전당대회 전에는 동성 결혼 문제에 대한 의사를 분명히 드러내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동성 결혼 문제를 둘러싼 민감한 일들이 잇따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주 밋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의 보좌관이 동성애자인 것으로 밝혀진 뒤 사퇴했다. 또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과 안 덩컨 교육장관이 동성 결혼에 대해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노스캐롤라이나 주가 8일 동성 결혼을 금지하는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이 더 미루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지지 선언이라는 승부수를 날린 것이다.
현재 미국의 동성 결혼 합법 여부는 각 주의 법률에 따른다. 동성 결혼이 합법적으로 허용된 주는 뉴욕 매사추세츠 코네티컷 아이오와 버몬트 뉴햄프셔 등 6개 주다. 수도인 워싱턴과 메릴랜드 주, 워싱턴 주가 허용 법안을 통과시켰으나 아직 발효되지 않았다. 30개 주는 결혼을 남성과 여성의 결합으로 제한하는 법률이나 헌법 조항을 두고 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동성 결혼 지지 표명은 뉴욕타임스가 “역사적 중요성을 띤다”고 평가할 정도로 중대한 의미를 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1996년 빌 클린턴 대통령 때 만든 결혼 성별에 대한 유일한 연방법인 ‘결혼수호법(DOMA)’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DOMA는 ‘결혼은 남성과 여성의 법적 결합이며 동성 커플에게 연방 정부는 법적 이득을 부여할 수 없다’고 제한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동성 결혼 지지는 각 주가 동성 결혼과 관련한 법 개정의 움직임을 가속화할 가능성을 높였다고 볼 수 있다.
동성 결혼이 합법화되면 동성 배우자도 연금, 건강보험, 세금 공제 등 연방정부 차원의 1000여 가지 혜택을 누리게 된다. 미국 내 동성애자는 약 400만 명으로 성인 인구의 1.7%로 추산된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