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실뱀장어 7마리 ‘달랑’ … 그래도 아직 가슴이 뛰어
수도권 주민 2000만 명의 젖줄인 한강을 생활터전으로 살아가는 ‘도심 속 어부’ 장창무 씨가 27일 오전 일산신도시의 관문인 경기 고양시 장항 나들목 인근에서 실뱀장어를 잡아올리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월 1억 벌던 ‘한강의 어부’
27일 오전 경기 고양시 김포대교 아래서 경순호(1.1t)가 물결 따라 심하게 요동친다. 어부 장창무 씨(53·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가 “으이차, 으이차∼”라며 리듬감 있는 구령에 맞춰 홀로 그물을 끌어올렸다. 아직 강바람이 차고 셌지만 어부의 능숙한 구령이 흘러나올 때마다 그물은 물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10년 전에는 요맘때 딱 한 달만 일하면 이 동네 어부들은 1억 원씩 벌었지. 허허, 금이라도 올라왔느냐고? 금이 올라오는 게 아니라 실뱀장어가 그렇게 돈을 벌어다 준거야. 그놈들이 금보다 더 귀했지.”
장 씨는 한강에서 물고기를 잡는 어부다. 이 일을 한 지도 벌써 40년이 흘렀다. “(고기잡이가) 벼농사보다 낫다”는 말만 듣고 시작한 것이 생업이 됐다. 처음 배를 타고 강으로 나갈 때 ‘쿵쾅쿵쾅’ 뛰던 심장 소리를 그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힘 좋은 모터가 달린 것도 아니고 허름한 목선에 노 하나가 전부였지만 그에게는 ‘노다지’로 보였다고 했다.
“그때는 정말 힘들게 일했어. 낑낑대며 노를 저어도 바람이 강하게 불거나 물살이 세면 나룻배가 밀려 내려오고, 다시 노 저어가고…. 그래도 그물을 던져 놓으면 펄떡펄떡 뛰는 고기가 가득 올라오니까 신은 났지. 지금은 몸이 더 편해졌지만 아무래도 그때가 좋았어.”
이곳 어부들은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실뱀장어를 잡아 양식장에 공급해 매달 1억 원의 큰돈을 만졌다. 수질이 예전보다 개선됐다지만 실뱀장어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날 장 씨는 오전 7시에 나와 꼬박 5시간 배를 탔지만 잡은 것이라고는 실뱀장어 7마리가 전부였다. 가격은 한 마리에 5000원으로 천정부지로 올랐지만 경비 3만 원을 제하고 나면 손에 떨어지는 건 고작 5000원이다.
○ 그래도 한강은 삶의 터전
장창무 씨가 이날 한강에서 건져 올린 실뱀장어.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한강 어부들은 5월 말부터 두 달 정도는 황복 잡이에 집중한다. 음식점에선 1kg에 20만 원을 호가하는 고급 별미다. 7, 8월에 주로 잡히는 자연산 뱀장어도 음식점에서 kg당 30만 원을 호가해 어부들에게 괜찮은 돈벌이였다.
장 씨는 “이 녀석들이 안 올라오면 잡어를 잡아 매운탕 집으로도 팔면 되니 걱정이 없었다”며 “이제는 새로 배 타겠다는 젊은이가 없어 한강 어부의 맥이 끊기게 생겼다”고 말했다. 한강 하류 지역은 군사시설 보호구역이라 출입이 제한되며 별도의 어업 허가를 받아야 한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