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킥 3’ 끝낸 시트콤 대표 연출자 김병욱 PD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성공하는 사람은 극소수이고 다수는 실패하죠. 그런 해피엔딩은 기만 아닐까요. 저는 그보다 뭔가를 이루기 위해 새로 시작하는 그 순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일민미술관에서 만난 김병욱 PD(51·사진)의 말이다. 그는 ‘순풍산부인과’부터 하이킥 시리즈까지 히트시켜 국내 시트콤의 대표 연출자로 꼽힌다. 한 작품을 끝낸 후의 느낌은 ‘한동안 뇌 일부를 잘라낸 것 같다’고 했다. 아직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다.
사실 이 같은 결과는 얼마간 예견했던 것이다. 하이킥3는 전작들과 달리 웃음 유발형의 노인과 아이 캐릭터를 빼는 대신 ‘몰락한 가족’ ‘88만 원 세대’ 등 사회적 패자들의 비중을 늘렸다.
이 작품은 평소 지독한 회의주의자를 자처하는 그가 안간힘을 쓴 작품이기도 하다. 김 PD는 “(하이킥3가) 지나치게 평가절하 됐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하고 싶은 이야기와 시청자가 원하는 이야기 사이에 간극이 커져 걱정”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슬픈 이야기를 싫어한다는 걸 알고 있어요. 저한테도 기존 코미디를 반복하는 게 더 쉬운 일이고요. 하지만 시청률이 떨어져도 자기 복제는 피하고 싶었죠.”
전작에서 신인들을 기용해 스타 제조기로 불렸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박하선 강승윤 등 가능성 있는 신인 연기자를 발굴했다. 그는 “대본상에서 의도하지 않았던 것들이 신인 연기자를 만나 새로운 캐릭터로 탄생하는 순간의 희열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하이킥3를 시리즈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는데 최근 생각이 바뀌어서 고민 중이에요. 이왕이면 박수칠 때 떠나고 싶은 욕심 같은 건데, 제가 보이는 것보다 승부욕이 있어요(웃음). 하이킥4가 됐건 다른 시트콤이 됐건, 또 다른, 새로운 얘기를 해야겠죠.”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